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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엠게임(058630), 그라비티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 모두 옛 게임 IP에 주목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작품들을 활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임사들이 이 같은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실패할 확률이 적어서다. 최근 국내 게임산업은 전반적인 매출 규모가 감소하는 등 녹록치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9조79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이유로는 IP 확장의 중요성이 꼽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게임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 전부터 이용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어쌔신 크리드·몬스터헌터’ 등과 대결하려면 기존 게임들을 ‘브랜드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용자들이 게임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먼저 넥슨은 창립과 함께 서비스했던 ‘바람의나라’와 던전앤파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바람의나라 클래식 복각 태스크포스(TF)인 ‘넥슨주막’은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샌드박스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바람의나라 클래식’ 오픈 베타테스트(OBT) 버전을 공개했다.
바람의나라 클래식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서비스됐던 과거의 모습을 재현시킨 점이 특징이다. 넥슨이 직접 클래식 버전 게임을 제작해 서비스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재 바람의나라 클래식은 이용자를 100명이상 수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마련되지 않은 미완성 상태다. 그러나 공개 열흘만에 누적 방문객 수 40만명을 돌파했다. IP 확장은 던전앤파이터가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세계관을 넓힌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함께 차세대 횡스크롤 액션 RPG ‘프로젝트 오버킬’도 개발 중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귀혼’을 모바일로 재탄생시킨 ‘귀혼M’을 띄운 엠게임도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21일 정식 출시된 귀혼M은 구글과 애플, 원스토어 등 3대 마켓에서 인기 게임 1위에 올랐다. 매출 순위도 30위권 안에 진입한 상황이다. 그라비티도 지난 9월 내놓은 ‘더 라그나로크’와 ‘라크나로크 랜드버스’, ‘라크나로크: 리버스’ 등이 해외에서 흥행하고 있다. 앞서 부산에 열린 ‘지스타 2024’에서는 멀티플랫폼 MMORPG 신작 ‘라그나로크3’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3로 라인업을 꾸리고 향후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레트로 게임 IP는 세대를 아울러 이용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며 “이미 검증된 게임이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새 게임 개발보다 부담도 덜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