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M&A 큰 손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유가로 곳간에 여유자금을 쌓아둔 만큼, 이를 활용해 기존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대비해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탄소 중립을 고려한 M&A뿐 아니라 꾸준한 석유 수요를 고려한 전통 에너지 기업 M&A도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이뤄진 에너지 부문 글로벌 M&A 거래 건수 및 규모 추이.(사진=피치북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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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한 해(1월 1일~12월 31일)동안 이뤄진 에너지 부문 글로벌 M&A는 총 1135건으로, 그 규모는 3808억달러(약 508조원)에 달한다. 이는 3518억달러(약 470조원)를 기록한 지난 2022년 대비 8%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글로벌 M&A 씬을 주도해온 의료 및 기술 부문 M&A 거래 규모 및 건수가 2022년 대비 20% 이상 대폭 줄어든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분야에서의 M&A가 줄어든 상황에서 유독 에너지 부문에서의 거래가 상승한 원인으로는 ‘꾸준한 석유 수요’가 꼽힌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위해 탈탄소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석유화학 원료를 100% 대체할 친환경 원료를 찾기 어려운데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어 ‘석유 시대 종말’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이 현실이다. 피치북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유가 상승으로 전통 에너지 기업 간 통합 물결이 일었다”며 “꾸준한 석유 수요를 예측한 이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경쟁사 혹은 시너지를 낼 만한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 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고유가에 힘입어 곳간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둔 글로벌 메이저 오일 기업들은 마치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지난해 초대형 M&A를 속속 단행했다. 우선 엑손모빌은 80억원을 들여 미국 셰일 시추·탐사 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시즈’를 인수하며 원유 생산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또 셰브론은 석유개발업체 헤스를 약 71조원 수준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셰브론은 남미 가이아나 유전뿐 아니라 북미 셰일오일 유전도 확보하면서 경쟁사인 엑손모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됐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에너지 분야 M&A는 올해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에너지 기업에게는 석유와 가스생산업체를 품는 것이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절감 효과가 더 크다”며 “꼭 전통 에너지 기업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단행하는 M&A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에너지 부문 M&A는 올해에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