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거 참전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 발표가 차일피일 밀리면서다. 오는 7월 계열 정리를 준비 중인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별세로 오너 일가의 상속 문제까지 겹친 상황이다. 그룹의 당면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사실상 매각 의사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사진=효성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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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소수지분 매각 주관사인 UBS와 KDB산업은행 M&A컨설팅실은 지난 주말 숏리스트를 확정해 개별 운용사에 공지했다. 지난 3월 6일 예비입찰 이후 한 달여 만에 숏리스트가 나온 건데, 일반적으로 숏리스트 선정에 1~2주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앞서 매각을 추진한 기업들과 비교하면 효성화학의 케이스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2월 28일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3월 5일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지난해 HMM 역시 8월 21일 예비입찰을 마감한 뒤 9월 4일 숏리스트를 공개했다. 효성 계열사인 효성캐피탈도 지난 2020년 예비입찰(7월 10일) 2주 후에 숏리스트(7월 24일)를 공개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안팎에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효성그룹의 계열 분리 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효성그룹은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 중심의 계열 정리를 추진 중이다. 조현준 회장은 기존 지주사인 효성에서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을, 조현상 부회장은 분할 신설법인인 가칭 ‘㈜효성신설지주’에서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토요타 등을 가져간다.
이 과정에서 최근 창업주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오너 일가의 상속 문제도 추가됐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10.14%)뿐만 아니라 효성티앤씨(9.07%), 효성화학(7.48%), 효성중공업(10.55%), 효성첨단소재(10.32%)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 지분 향방에 따라 두 아들은 계열 분리에 추가로 상속 지분 조정까지 해야 한다. 4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은 또 다른 문제다.
지난 2월 공시에서 밝힌 분할기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상속세 신고 기한은 사망일(상속개시일)이 포함된 해당 월말부터 6개월 이내다. 효성 오너 일가에겐 회사 분할에 앞서 형제간 지분 조정과 자사주 매입, 조 명예회장 지분 정리 등 여러 과제가 쌓여 있다. 경영권도 포함되지 않은 효성화학 소수지분 매각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형제간의 지분교환과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지분정리 등 구체적 ‘액션’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