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자본시장 경색에도 올 한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이 준수한 성적표를 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지역 자본시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국부펀드가 중심이 돼 인바운드뿐 아니라 아웃바운드 인수·합병(M&A) 거래, 투자에 열을 올린 덕이다. 이에 따라 M&A 시장에서 양국이 성사시킨 거래는 MENA 전체 지역 거래량의 절반에 달할 정도였다. 동시에 비석유 분야 유망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 탓에 벤처투자도 꾸준히 이뤄졌다. 웅크린 국내 경제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내년 중동 자본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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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A 지역 M&A 거래를 이끈 국가는 UAE와 사우디로 거래건수는 239건, 총 거래금액은 245억달러(약 35조 9268억원)에 달했다. 올해 마무리된 가장 규모가 컸던 빅딜은 인수가가 124억달러(약 18조 1623억원)에 달했던 클레이튼 더빌리어&라이스, 스톤 포인트 캐피탈,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 컴퍼니의 트루이스트 그룹 보험 사업부 인수건이다.
현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국내 초기투자사 한 대표는 “올해부터 UAE를 롤모델로 카타르, 오만 등 MENA 지역 자원 부국이 본격적으로 투자 시장에 등판했다”며 “다만 UAE와 사우디처럼 딥테크 투자에 열을 올리진 않고 인프라, 교육, 보험 섹터에 투자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벤처캐피털(VC) 왐다캐피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MENA 지역 스타트업 465곳이 총 20억 100만달러(약 2조 9319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중동 벤처시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활기가 돌았다. 하반기에만 투자금 11억 1900만달러(약 1조 6402억원)를 모았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MENA 지역에서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생겼다. 일례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와에드벤처스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H2O호스피탈리티가 UAE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과 현지 지원 및 사업 운영에 필요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올해 다수 국내 스타트업이 현지 육성 프로그램에 합류하거나 현지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갔다”며 “MENA 지역 국가들이 경제 다각화 정책에 따라 벤처투자에 적극인 만큼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많은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