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강신우 기자]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선박용 엔진 제작업체인 STX중공업(071970)을 인수하면서 조선업 수직계열화를 한층 단단히 했다. 이번 인수로 HD한국조선해양은 독보적인 선박 엔진 경쟁력을 갖추며 세계 시장 1위 사업자 지위에 쐐기를 박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기업결합(M&A)을 최종 승인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7월 기업 결합 결정을 발표하며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약 1년 만이다.
선박 엔진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 중 하나다. 1979년 첫 대형엔진을 생산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기준 점유율 35%로 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며 1989년부터 35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 2위는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엔진(옛 HSD엔진)으로 점유율 약 13%를 차지한다. 3위는 점유율 2%를 기록 중인 STX중공업이다. HD현대는 이번 인수로 1·3위 업체를 모두 보유하며 점유율을 37%까지 늘리게 됐다.
HD현대는 기존 대형 선박에 더해 중소형 선박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선박 엔진은 항해에 필요한 추진엔진(대형엔진)과 배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엔진(중형엔진)으로 나뉜다. 대형엔진은 선박 크기에 따라 다시 대형 선박과 중소형 선박 엔진으로 분류한다. 대형엔진 중에서도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선박용 엔진을, STX는 중소형 선박용 엔진을 주로 제조해 왔다.
이번 인수로 HD현대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중형엔진인 ‘힘센엔진(HiMSEN)’ 부품 중 터보차저를 국산화해 원가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됐다. 터보차저는 엔진에 공기를 압축해 전달하는 부품으로 유럽 업체에서 전량 들여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STX중공업은 터보차저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전용 생산 공장까지 갖추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엔진 개발을 통해 친환경 규제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선박 온실가스 10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선 수소,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엔진 개발이 필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했다.
| HD현대중공업이 1만5000번째로 생산한 힘센엔진(HiMSEN)의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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