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최영지 기자] 오는 14일부터 6박8일간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2개국 ‘경제’ 순방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100여개 기업 인사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사절단을 꾸린 건 처음이다. 전례 없는 무역수지 적자 행진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경제를 다잡는 역할을 맡아달라는 의미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에 놓인 가운데 이들 5대 그룹 총수는 미래 먹거리 창출 등 대응책 마련으로 부응하는 한편, 윤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에도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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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14~17일 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주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는 윤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할 공산이 크다. 바라카 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 최초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인 데다, 이미 이 회장이 지난달 공사가 진행 중인 원전 3·4호기 건설 현장을 점검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UAE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의 남다른 인연도 한몫한다. 이 회장은 2019년 무함마드 왕세제 방한 당시 직접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을 안내하는 등 친분이 두텁다. 두 사람의 인연은 삼성전자와 UAE는 5G 및 반도체 등 ICT 분야로 사업 협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UAE는 탈(脫) 석유시대에 대비 180억달러를 투입하는 ‘마스다르 시티’라는 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 중인 만큼 우리 기업들로선 5G 등 ICT 분야로의 협력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사절단은 18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로 자리를 옮긴다. ‘민간 외교관’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 중인 이 회장은 포럼을 계기로 유럽 내 현지 법인과 고객사들과 만나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반도체·바이오 관련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을 찾는 구광모 회장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교류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돌파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동시장 총력을 기울여온 정의선 회장도 현지에서 유치 노력에 동참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등 그룹의 핵심 신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동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다보스 포럼은 오는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현지 실사와 6월 말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앞두고 열리는 부산엑스포 유치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겸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주최로 현지시간 17일 열리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한국의 밤’(코리아 나이트) 행사를 주도하는 등 엑스포 유치 홍보에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롯데 역시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둘 정도로 적극적인 만큼 신동빈 회장의 홍보활동이 다보스포럼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오찬에 참석, 외국 주요 기업 CEO들과 함께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