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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업체 큐텐이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통해서였다. 당시 큐텐은 지분 스왑 방식으로 티몬을 사실상 0원에 사들였다. 이후 지난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를, 4월 위메프를 각각 인수했다. 인터파크커머스 인수금액은 약 1500억원. 위메프 역시 현금과 일부 지분 교환을 통해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큐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광폭’ M&A를 이어갔다. 지난 2월 AK플라자 온라인몰 ‘AK몰’을 5억원에 인수했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도 2400억원에 품었다. 2년이 채 안되는 시간에 무려 5개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사실상 수익 낸 곳 한곳도 없어…업계선 “예견된 일”
문제는 인수한 업체들의 재무 상태가 최악이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는 2010년 창사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매년 적자 규모가 1000억원대에 달했다. 티몬은 2022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38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위메프 역시 2022년과 지난해 영업손실이 각각 557억원, 102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2398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와 위시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큐텐의 유동성 위기가 필연적이었다고 분석한다. 거래액 확대를 위해 광폭 M&A에 나섰지만 돈의 흐름이 한 곳에서 끊기자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자금력이 없는 큐텐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가 결국 정산 지연이라는 사태를 맞은 것”이라며 “뱅크런 현상으로 더욱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구 대표의 G마켓 신화도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판매자와 소비자 신뢰를 이젠 회복할 수 없을만큼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03년 인터파크 사내 벤처인 ‘구스닥’을 모태로 G마켓을 설립, 2009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51대 49로 합작해 싱가포르에 지오시스를 설립한 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큐텐’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