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서 사기꾼으로' 구영배…'배째라 M&A' 결국 터졌다

G마켓 신화썼던 구영배…이젠 큐텐 사태 '원흉'으로
'나스닥 입성 목표' 2년새 5개 이커머스 플랫폼 인수
긴 정산 '돌려막기' 하다 화 자초…"필연적이던 일"
  • 등록 2024-07-24 오후 5:37:04

    수정 2024-07-24 오후 7:38:02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국내 최초 오픈마켓 G마켓(지마켓)의 창업자인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미정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며 입점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피해를 입고 있어서다. 근본적으로 그룹 자체의 유동성 문제가 배경으로 꼽힌다. 구 대표가 나스닥 입성을 위해 짧은 기간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 (사진=큐텐)
◇이커머스 ‘쇼핑’ 나섰던 구영배…“인수에 또 인수”


24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업체 큐텐이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통해서였다. 당시 큐텐은 지분 스왑 방식으로 티몬을 사실상 0원에 사들였다. 이후 지난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를, 4월 위메프를 각각 인수했다. 인터파크커머스 인수금액은 약 1500억원. 위메프 역시 현금과 일부 지분 교환을 통해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큐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광폭’ M&A를 이어갔다. 지난 2월 AK플라자 온라인몰 ‘AK몰’을 5억원에 인수했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도 2400억원에 품었다. 2년이 채 안되는 시간에 무려 5개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큐텐의 목표는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었다. 인수 이커머스들의 입점 판매자를 통해 큐텐의 강점인 직구·역직구를 활성화 한다는 목표였다. 한국 상품을 동남아시아 일본으로 판매하고 역으로 해외 상품을 국내로 들여온다는 계산이었다. 이를 통해 큐텐의 거래액과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을 늘리면 나스닥 입성이 가능할 것이란 구상이었다.

사실상 수익 낸 곳 한곳도 없어…업계선 “예견된 일”

문제는 인수한 업체들의 재무 상태가 최악이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는 2010년 창사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매년 적자 규모가 1000억원대에 달했다. 티몬은 2022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38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위메프 역시 2022년과 지난해 영업손실이 각각 557억원, 102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2398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와 위시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을 내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얘기다. 큐텐은 이를 긴 판매자 정산 주기를 활용해 버텨왔다. 판매자 정산에 쓸 자금을 급한 인수대금 등에 사용해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왔다. 큐텐이 기대해온 플랫폼간 시너지도 없었다. 오히려 위메프, 티몬 등에 동시 입점한 판매자들로 상호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나타났다. 큐텐 인수 후에도 실적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큐텐의 유동성 위기가 필연적이었다고 분석한다. 거래액 확대를 위해 광폭 M&A에 나섰지만 돈의 흐름이 한 곳에서 끊기자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자금력이 없는 큐텐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가 결국 정산 지연이라는 사태를 맞은 것”이라며 “뱅크런 현상으로 더욱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구 대표의 G마켓 신화도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판매자와 소비자 신뢰를 이젠 회복할 수 없을만큼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03년 인터파크 사내 벤처인 ‘구스닥’을 모태로 G마켓을 설립, 2009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51대 49로 합작해 싱가포르에 지오시스를 설립한 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큐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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