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속속히 시작되는 가운데,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다루고 있다. 아직 2기 수책위원들이 모두 채워지지는 않았으나 주총 시즌이 개막한 만큼 서둘러 첫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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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책위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에서 처음 회동한 후 삼성SDI·삼성전기·삼성전자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수책위 전문위원은 총 9명이지만, 아직 전문가 단체 추천 위원 3명은 공석인 상태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전문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가 출석하면 개최할 수 있다.
먼저, 수책위는 삼성SDI의 안건 중 사외이사 권오경·김덕현, 감사위원 권오경, 감사위원인 최원욱 사외이사 등 각 선임 건에 대해서 모두 ‘찬성’ 결정했다. 삼성전기 안건 중 여윤경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수책위는 신왕건 카이스트 경영공대 겸직교수를 수책위원장으로 뽑았다. 상근 전문위원 3명이 임기 3년 동안 1년씩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돌아가며 맡는 방식이다. 또한 신왕건 수책위원장을 비롯해 상근 전문위원인 △원종현 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 △한석훈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와 비상근 전문위원인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민 법무법인 에셀 변호사 △이연임 금융투자협회 미래선략산업조정팀 부부장 등 6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 7일 올해 제1차 회의를 열고 ‘수책위 운영규정 개정안’에 대해 심의·의결한 바 있다. 기존 1기 수책위는 상근 전문위원 3명과 비상근 전문위원 6명 등 총 9명 모두 가입자(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단체로부터 추천받았지만, 2기부터는 비상근 전문위원 6명 중 3명을 전문가 단체로부터 받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기금위에서 수책위원 구성 방식 변경을 결정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채로 회의가 열렸고, 현재 보건복지부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자산운용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에 정통한 전문가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복지부는 주총에 문제가 없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증권학회와 연구원 등에서 추천받아 공석을 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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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오는 17일 정기 주총을 앞둔 가운데, 국민연금이 본점 소재지 이전 안건과 사외이사 교체 안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뜨겁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9.1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 등을 결정하는데, 새 사외이사 후보자로 지명된 김준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KT도 이달 31일 주총을 열어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와 사내이사 후보 3명을 선임하고, 현직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8.5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그동안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구현모 현 CEO의 연임을 반대해왔다.
수책위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산하에 설치한 위원회다. 업계에선 주총 시즌이 열릴 때마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수책위원들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