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인사-조직문화 혁신 TF(태스크포스)’에서 마련한 이런 쇄신 권고안을 전적으로 수용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 비리 등이 불거진 후 지난 8월 30일 조경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해 쇄신안을 마련해왔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융시장의 파수꾼인 금감원이 잇따른 채용비리 등으로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외부자의 시각에서 채용과정을 점검토록 하는 등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全 채용과정 블라인드화…채용비리 처벌 수위 강화
우선 채용 전 과정을 블라인드 화하고 서류전형을 폐지키로 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지원자의 출신 지역, 대학, 전공 등 일체의 이력사항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직원을 뽑는 과정을 말한다. 조경호 교수는 드러나지 않는 개인정보 범위에 대해 “현재 입사지원서에 성명과 생년월일만 기재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 학교, 출신 지역, 가족 관계 등 개인 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올해 신입직원 채용절차부터 쇄신안 방침을 이미 적용했다. 동시에 금감원은 최종 면접위원의 50% 이상을 외부전문가로 구성하고, 감사실이 채용 전 과정을 점검해 외부청탁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직원의 채용비리, 직무관련 금품·향응 수수, 부정청탁 등 직무 관련 3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공무원 수준으로 강화된 징계기준을 마련, 무관용 징계원칙을 확립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다만 이미 퇴직한 임원에 대한 강화된 규정의 소급적용에 대해선 “원칙은 법적 규정안에서 모든 일이 처리돼야 하고 법원 판결 확정 전까진 어떤 행동도 인권보호차원에서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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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외풍 차단책 없는 ‘반쪽 대책’
조 교수는 “전임 직원의 공직기강 윤리의식을 점검하기 위한 자가점검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자기통제로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풍 차단 대책은) 공공기관의 거버넌스(지배구조)의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가능한 이야기”라며 “TF는 내부직원 간 소통 문제와 국민 간 소통문제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대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류전형이 폐지되고 블라인드가 이뤄졌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더 큰 우려는 금감원에 정치적인 힘이 작용하는 것인데 자율적인 의사결정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주인 찾아주기와 관치근절을 위해서라도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가 선행해야 한다”며 “제도적인 시스템을 고쳐야 이런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원장은 “조만간 부원장·부원장보 등 임원진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며 “대폭의 임원 인사여서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원진 교체와 더불어 조직개편도 이뤄진다. 외부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달 말 조직 개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