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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는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2018년까지 상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도입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주도로 사전적인 규제를 하기보다는 시장 주도의 사후 규제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상법 개정안은 지난해 1년 내내 찬반 논의만 거듭하다 결국 처리가 안 된 사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법이 아닌 터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취임 이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입법과제는 어려운 만큼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작용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상법개정안 통과시점을 2018년까지로 배수진을 쳤다. 내년에 추진하되 동력이 떨어지는 집권기 중반 이전에는 완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악용에 대해 기업들의 두려움은 여전하다. 헤지펀드 등이 이를 악용해 지배구조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맞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돼야 한다고 요청한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제도는 빠져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재벌들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해 기존 순환출자도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결국 포함됐다. 현행법에는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만 위법사항으로 보고 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순환출자가 가공 자본을 창출하며 기업 지배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울러 2018년까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일감몰아주기)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상시 감시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그간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재벌기업에 `솜방망이`나 다름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상장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 요건(30%)을 비상장회사(20%)보다 높게 설정하면서 대기업이 문턱인 30%보다 근소하게 지분을 낮추는 등 규제 회피 사례가 나타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 지분 52.17%를 보유하던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는 지분 매각을 통해 규제 기준인 30%에 약간 못 미치는 29.9%로 지분을 줄였고, 광고회사 이노션도 29.9%로 맞추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장서 지분율 요건을 비상장회사와 마찬가지로 20%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행정력만 강행하기보다는 국회와 협의를 우선적으로 하면서 최종적으로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