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올 12월 전력 도매기준가격(SMP·계통한계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발전사가
한국전력(015760)(한전)에 파는 전력 도매가를 억제해 한전의 적자를 줄이고 전력 소매가(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16일 정부와 전력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긴급정산상한가격, 이른바 SMP 상한제 관련 고시 개정과 관련해 법제처와 국무조정실의 예비심사를 마쳤다. 오는 25일 국조실 규제심사를 거쳐 28~30일께 산업부 전기위원회 본회의에서 관련 고시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거래소 등 관계기관도 고시 통과를 전제로 관련 규칙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SMP 상한제는 최근 3개월 가중평균 SMP가 직전 10년 월별 SMP의 상위 10% 이상일 때 발동한다. 발동하면 10년 평균 SMP의 1.5배 이내에서 상한이 걸린다. 발전사는 지금껏 국제 에너지값이 급등하더라도 한전에 판매하는 기준가격인 SMP가 함께 오르기에 수익에 영향이 없었으나 현재와 같은 급등기엔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발전설비가 100킬로와트(㎾) 미만인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제외한 모든 발전사가 대상이다. 산업부는 원래 10년 평균치의 1.25배로 상한을 정하려 했으나 민간 발전사업자의 의견을 반영해 1.5배로 상한을 높였다.
11월 적용을 가정하면 최근 3개월 SMP 평균이 226.74원/킬로와트시(㎾h)으로 직전 10년의 상위 10%(154.19원/㎾h)을 넘어서는 만큼 발동 요건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해당월 SMP는 최근 10년 평균(육지 105.53원원/㎾h, 제주 149.36원/㎾h)의 1.5배인 육지 158.30원/㎾h, 제주 224.04원/㎾h으로 상한이 걸리는 것이다. 11월 SMP가 250원/㎾h 전후라는 걸 고려하면 발전사로선 1㎾h당 100원씩 덜 받고 한전에 팔고, 한전은 그만큼 적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직 관련 절차가 남았으나 시행 자체는 확정적이다. 국내 전력 수급을 도맡은 한전이 올 1~3분기 누적 21조8000억원에 이르는 초유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다, 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시장 불안 속 회사채(한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들어 전기료를 15% 남짓 올렸으나 2~3배 올라버린 발전 연료비 부담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도 내년 전기료 인상을 최소화하며 한전 초유의 자금난을 막아야 하는 만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다만,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를 비롯한 민간 발전사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전력생산의 약 20%를 맡고 있는 민간 발전사의 수익성 악화가 중장기적으론 국가 전력공급 체계와 전력산업의 약화로 이어지리란 우려도 나온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오는 18일 서울 전력기반센터에서 민간 발전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SMP 상한제 도입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제도 보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시민이 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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