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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년 초를 목표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는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금융사업을 직접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교보생명의 경우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쪼개고 이후 자회사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미 지난해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힐 당시 지주사 전환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전환 관련 계획들을 검토, 모색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소식이 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업계는 IPO 실패, 풋옵션 법적 분쟁 장기화 등 기업 밖 외부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보생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주사 전환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주요 주주들에게 지주사 전환 추진과 관련한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주사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 어떤 매물을 살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왔지만, 이를 부인한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올해 9월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상환 의무에서 21년 만에 벗어나자마자 재도약 카드로 지주사 전환을 내놨다. 그동안 공적자금 청산 이슈로 사업 확장에 대한 구체적 계획 못내다가, 상환을 매듭지으면서 금융지주라는 다음 스텝을 발표한 것이다.
‘원 메리츠’라는 깜짝 소식을 전한 메리츠금융지주도 각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금융시장과 미래투자 불확실성에 대응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며 계열사를 금융지주 한곳으로 모은 셈이다.
지주사 전환, 법적 분쟁은 ‘걸림돌’
금융사들이 체질을 바꾸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익성’과 ‘성장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금융 업황의 정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사업구조를 재편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동기가 가장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다만 금융지주 설립 성공 여부 및 이후 가치 상승에 대한 업계 시각은 다소 갈린다. NH금융지주를 롤모델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협중앙회의 경우 자금 여력, 건전성 등 지주 전환에 있어 큰 걸림돌이 없는 반면 교보생명은 여전히 FI와의 법적 분쟁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교보생명이 지주 전환 이전에 IPO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왔는데, 실제 이뤄진 내용은 없어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라며 “재무적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얘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에 가봐야 지주사 전환 가능성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와 교보생명이 직접 당국에 지주 전환 관련 승인 요청을 한 단계는 아니고 각각 준비 및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주는 말 그래도 ‘지배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교보생명의 경우 주요 주주 간 분쟁이 있어 (지주사 전환시) 일부 쟁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