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고질적인 손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주택보험 시장이 최근 잦아진 자연재해로 위기에 처했다. 미국 보험사들은 드론을 이용해 주택보험 가입자들의 주택을 점검하며 갖가지 이유로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안으로 파손된 주택들. (사진=REUT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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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신문인 ABC7에 따르면, 최근 미국 보험사 AAA는 드론과 인공위성으로 주택보험 가입자들의 주택을 촬영하고 마당이 지저분하거나 수영장의 물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 적용을 중단했다.
오클레이에 거주하는 CJ 스벤은 “(보험사에서) 몇 장의 사진으로 집 마당이 어수선하다고 했다”며 “정리를 한다거나 할 기회가 없이 그냥 해지됐다”고 말했다.
다른 주택보험 가입자인 마를린 스미스는 ‘수영장에 물이 없다’는 이유로 AAA에게서 주택 보험 갱신을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스미스는 “수영장이 텅 빈 것과 집 보험을 해지하는 것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손자들이 이사를 가서 수영장을 쓸 일이 없다. 물을 절약하기 위해 수영장을 채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이 수영장에서 토마토나 양상추 등을 화분에 심어 키우는 데 이용했지만, AAA에서 ‘유지보수 지연’을 이유로 보험 갱신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미국 보험사가 강도 높은 주택보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최근 몇년 새 심각하게 악화된 재정 때문이다. 플로리다주는 최근 허리케인, 산불 등 기후변화 현상으로 인해 주택이 자주 파손되면서 막대한 보험금 청구가 발생하고 있다.
AAA는 최근 플로리다주의 자동차, 주택 보험을 추가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 파머스 보험과 AIG 자회사인 렉싱턴 보험, 뱅커스 보험 등도 지난해부터 플로리다에서 보험 사업 철수에 나선 상태다. 플로리다 시장 점유율의 4%를 차지하던 보험사 UPC도 지난 2월 파산 신청을 했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주택보험이 크게 축소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보험회사인 스테이트팜이 주택보험에 대한 신규 손해보험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달 17일 내놓은 ‘글로벌 이슈’ 리포트는 “대형 보험회사의 잇따른 시장 철수 현상은 기후변화 위험 확대와 미 보험당국(CDI) 규제 강화로 인한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보험중개회사 에이온(Aon)의 에릭 앤더슨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미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 경제가 2008년 모기지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된 것처럼 오늘날 경제도 기후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