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은행 민낯 '무차별 고금리'

  • 등록 2017-05-08 오후 3:51:42

    수정 2017-05-08 오후 7:12:38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저축은행은 아직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제대로 활용할 상황이 못 돼요.”

최근 한 대부업 계열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계열사인 대부업체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출자의 자산과 소득, 부채 등을 근거로 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CSS)을 통해 여심 심사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며 부서 이동을 원했다고 했다. 관련 데이터가 아직 축적되지 않은 저축은행에서는 이 같은 경험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업계 선두를 다투는 저축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의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대출금리를 주먹구구식으로 매겨온 SBI·OK·웰컴·HK 등 저축은행 14곳이 무더기로 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CSS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멋대로 대출금리를 적용해온 저축은행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공격적인 영업 행태를 보이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차주를 끌어모은 결과다.

CSS 구축이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이용 고객의 연체율이나 부도율 등 데이터 값이 유의미할 정도로 축적돼야 한다. 현재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데이터는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한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축적됐다. 은행이 10년 이상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기간이 짧다. 하지만 저축은행 상황이 여유롭진 않다. 인터넷전문은행과 P2P(개인간)업체는 중금리 시장을 노리고 있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는 다시 연 20%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과 대부업 사이의 시장이 좁아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은 무차별 고금리 행태 개선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특히 무차별적인 고금리 행태는 저축은행의 신뢰와 고객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성긴 그물로 어중이떠중이까지 건지는 과정에서 건실한 장기 고객보다는 투기 자금을 빌리려는 뜨내기 고객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자산 52조원을 넘겨 저축은행 사태 후폭풍에서 5년여 만에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몸집 불리기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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