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인고의 시간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036570)가 내년 재도약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올해 공동대표 체제 출범 이후 엔씨는 본사(HQ)에 집중된 입력과 기능을 효율화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독립 스튜디오 설립 및 지식재산권(IP)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를 진행했다. 증권가에서는 체질개선을 위한 엔씨의 노력이 빠르면 내년부터 가시화된 결과로 드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사진=엔씨소프트) |
|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경쟁사 대비 본사 인력 비중이 높았던 엔씨는 창사 이래 최초로 멀티 스튜디오 체제 도입을 통한 분사를 결정했다. 오는 28일 엔씨는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엔씨는 지난 10월 게임 개발을 위한 독립 스튜디오 세 곳을 비상장 법인으로 신설한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스튜디오는 엔씨가 보유한 게임 IP별로 나뉜다. 각 스튜디오들은 △쓰론앤리버티(TL) △LLL △택탄(TACTAN)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주요 사업부문인 품질 보증(QA), 응용소프트웨어개발공급 사업부를 각각 ‘NC QA’와 ‘NC IDS’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엔씨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사업을 전담하고 있던 ‘NC 리서치’도 ‘NC AI’라는 이름으로 독립 출범한다. 엔씨는 사업부문 독립과 스튜디오 신설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덜어내고 나아가 정체된 개발문화에 변화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김택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는 “게임 개발 부문의 독립은 엔씨소프트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IP 개발은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나아갈 것이며 이번 사례가 모범이 돼 새로운 개발 시스템과 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엔씨 노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엔씨는 인력비를 비롯한 높은 고정비로 인해 매출 감소 폭보다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국 올해 조직 효율화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비롯한 인력조정을 불가피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생존을 위한 골든 타임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닥을 다진 엔씨는 내년 대형 신작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직접 제작 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 △슈팅 ‘LLL’ △실시간 전략 게임 ‘TACTAN(택탄)’ 등 3가지의 대작을 선보인다. 또 외부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통해 하반기에 선보일 서브컬처 신작 ‘브레이커스’와 기존 IP를 활용한 신규 장르 게임 등 5종이 출시될 예정이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장르의 자체 신작 출시와 퍼블리싱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외형 성장을 꾀하는 동시에, 희망퇴직을 통한 고정비 감소로 2025년 의미 있는 이익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