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75년 전통의 속옷회사
BYC(001460)가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오너가 3세의 국적 논란과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대주주 등극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내려진 결정이어서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BYC 측은 “일신상의 사유”라며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 BYC 모델인 오마이걸 아린. (사진=BYC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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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YC는 지난달 30일 고윤성 전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김대환 현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9년 5월 대표직에 처음 오른 고 전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돼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아 있었다. BYC 측은 ‘고령인 고 전 대표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고 전 대표는 1955년생이며, 김 대표는 1960년생이다. 오너가 2·3세인 한석범 사장, 한승우 상무 부자는 각각 1960년생, 1992년생이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 직후 BYC의 최대주주가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되면서 한 사장에서 한 상무로 사실상의 경영 승계가 이뤄진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한 상무가 지분 58.34%를 가지고 있는 신한에디피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그의 국적이 캐나다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후 한 상무의 병역 이슈는 물론 애국 마케팅 등 그의 국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여기에 지난 2월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 5.79% 보유를 신규보고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난달 1.01%포인트 늘어난 6.80%로 변동보고했다. 장내에서 꾸준히 BYC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가운데 G(지배구조)가 잘 갖춰지면 E(환경)와 S(사회책임) 역시 바꿀 수 있다.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는 최고경영진이기 때문”이라며 관여(engagement·주주활동) 전략을 통해 적극적인 알파(추가 수익)를 추구하는 ESG레벨업증권자투자신탁을 내놓았다. 운용규모가 약 184억원에 달하는 해당 펀드의 주식자산 중 BYC 비중은 지난 4월 말 기준 8.38%로
KCC(002380)(8.87%)
태광산업(003240)(8.81%)에 이은 세 번째다.
다만 이번 대표 교체에는 운용사의 입김이 들어갔을 여지는 거의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 ESG팀과 BYC 측(CFO, IR 등)이 비공식 접촉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상견례 차원으로)아직 주주 서한을 보내거나 이사 해임까지 건의할 단계는 아닌듯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BYC 오너가가 일련의 사태 해결을 위해 사내 재무통으로 알려진 김 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한다. 김 대표는 선임 직전까지 재무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부 상무를 지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BYC가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주려 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오너가가 장악한 이사진 구성이 달라지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트러스톤운용 관계자는 “BYC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 필요하다면 건전한 주주활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