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아워홈 남매의 난에서 승리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 지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막내 구지은 부회장은 2021년 자매끼리 맺은 주주간계약을 내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세 자매는 통일된 의결권을 행사해야하는데, 합의를 깰 경우 최대 1200억원에 달하는 위약벌을 내야 한다. 사법 리스크를 꺼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의 지분 매각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보유 지분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매각 대상은 구 전 부회장이 보유한 38.56%과 미현 씨와 특수관계자(20.06%) 등 합산 지분 58.62%다. 법무법인 세종이 매각 측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열린 아워홈 임시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구 부회장 임기는 지난 3일자로 만료됐다. 아워홈 이사회는 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 신규 선임된 구 전 부회장 장남 구재모씨 등 3인 체제로 재편됐다. 아워홈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후폭풍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구지은 부회장은 미현 씨의 결정이 2021년 주총에서 맺은 주주간계약에 위반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세 자매는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1항에는 2021년 4월 또는 그 이후 소집되는 주총에서 모든 안건 의결권을 통일해 행사하기로 했다. 2항에는 1항을 위반한 주주가 이를 위반하지 않은 다른 주주에게 각각 600억원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미현 씨는 최대 1200억원을 물어내야할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1월 해당 협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미 받았다”며 “구지은 부회장은 미현 씨의 의결권이 해당 협약을 위반했다고 보고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될 경우 경영권 매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는 우선 이사회를 장악한 뒤 경영권을 매각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주주협약을 두고 소송전이 이어질 경우 지분이 묶여 매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매물 인수에 사모펀드들이 소극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2년 전에도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 지분 매각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당시 구 전 부회장 측은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에 투자안내서를 보냈으나 최종 매각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