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SK지오센트릭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50년 석유화학의 역사인 울산 나프타 분해설비(NCC)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글로벌 경기부침이 심한데다 중국이 저가 물량을 쏟아내면서 기존 범용 제품으로는 성장 가능성에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후 눈을 돌린 곳은 재활용 사업이다. 이에 걸맞게 SK종합화학에서 SK지오센트릭으로 사명도 변경했다. 지구(GEO)와 중심(CENTRIC)을 덧붙여 지구 중심의 사업을 펼치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15일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인 ‘울산ARC’의 기공식을 가졌다. 쓰레기로 취급받던 폐플라스틱이 중요한 자원으로 탈바꿈하고 플라스틱이 친환경의 중심이 되는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로벌 3대 핵심기술, 한 곳에 구현…시너지 기대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전날(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류에게 편리함과 환경 위험의 양면을 가진 플라스틱의 쓰임을 다시 해석하고 쓰레기로 버려지고 태워지던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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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한 품질…안전성도 확보
통상 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을 반복하면 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ARC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기존의 새 플라스틱 제품과 품질이 동일하거나 그 이상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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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 시장…매출 7000억 예상
향후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SK지오센트릭은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생산될 물량의 약 30% 수준의 선주문을 완료했다. 나 사장은 “가동 전 100% 선판매까지도 가능하지만 수익성 등을 감안했을 때 70% 정도 목표를 수립했다”며 “내후년까지 70%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봤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포장재 기업인 암코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한 원료 공급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다른 글로벌 협력사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PCT)의 더스틴 올슨 대표는 “연간 약 2000억t의 플라스틱이 새롭게 생산되지만 그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10%에 불과하다”며 “고품질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선 상황이고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은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전세계 브랜드 오너들의 수요가 충족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SK지오센트릭은 영국 플라스틱 열분해 전문기업인 ‘플라스틱 에너지’와 충남 당진에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울산ARC가 완공되기 전에 두 번째 열분해 공장을 짓기로 한 셈이다.
기존 플라스틱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나 사장은 “원료비 측면에서 폐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폐기물’이기 때문에 납사 대비 저렴할 수밖에 없고 재활용 공정이 이산화탄소와 열에너지 발생량이 적기 때문에 운영비 측면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물론 설비투자의 경우 고도화된 신기술이기 때문에 기존 설비 대비 비용이 높은 것은 맞지만 원료비 및 운영비 측면에서 절감하는 부분을 점차 키워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개 공장 상업가동 시점을 기준으로 매출은 7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익은 2500억~3000억원을 추정했다. 나 사장은 “ARC에서 구현하는 재활용 기술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이라면서 “2027~2028년 사이에 가격과 마진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