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전 세계의 실력 있는 젊은 오르간 연주자들이 한국에 모였다. 롯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를 위해서다. 2020년 9월 개최한 제1회 대회는 코로나19로 본선 진출자만 뽑고 끝나 올해가 우승자를 뽑는 실질적인 첫 경연이다. 지난 18일 시작해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콩쿠르에선 한국, 미국, 프랑스, 호주, 중국 등 5개국 10명의 연주자가 본선에 올라 치열한 경연을 펼친다.
|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오자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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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은 국내에선 대중적이지 않은 악기다. 그러나 클래식에선 빼놓을 수 없는 악기로 한국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는 연주자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오자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오 교수는 “클래식의 기본은 오르간”이라며 오르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르간은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에서도 연주됐던 악기입니다. 그만큼 제일 큰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바흐 또한 지금은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오르간 연주자로 더 유명했죠. 오르간을 제외하고 서양음악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는 국내 클래식 콘서트홀 중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을 보유한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21일 1차 본선, 24일 2차 본선을 거쳐 26일 최종 결선을 통해 수상자를 가린다. 오 교수 외에도 한국의 신동일, 독일의 볼프강 체러, 미국의 마틴 진, 영국의 헨리 페어스 등 세계적인 오르간 연주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번 콩쿠르 본선 진출자들은 17세부터 33세까지 젊은 연주자들로 채워졌다. 이들 중 5명이 한국인이다. 오 교수는 “그만큼 한국 젊은 연주자들의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이라며 “해외 콩쿠르 입상자도 다수 있어서 이번 콩쿠르 결과가 더욱 흥미진진할 것 같다”고 평했다.
|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전경.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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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의 매력은 하나의 악기로도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를 오르간 하나로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오 교수가 꼽은 중요한 심사 기준 또한 창의성과 예술성이다. 오 교수는 “피아노는 음색이 달라질 순 있어도 소리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오르간은 그렇지 않아서 악보를 보고 연주자가 어떤 소리를 낼지를 정해야 한다”며 “오르간 연주의 기본 원칙 아래 창의성, 예술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관객에겐 생소한 오르간 음악의 매력을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이 참여하는 특별강연과 마스터클래스, 그리고 갈라 콘서트 등 일반 관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콩쿠르지만 점수와 순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만의 차별점이다. 오 교수는 “한국 클래식은 모르는 곡을 연주하면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오르간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익숙하지 않지만 좋은 음악을 다같이 느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은 일찌감치 오르간 연주자 발굴에 관심을 쏟아왔다. 일본 무사시노 국제 오르간 콩쿠르는 1981년 처음 시작했고, 중국도 2017년부터 상하이 국제 오르간 콩쿠르를 개최하고 있다. 오 교수는 “아시아에서 또 하나의 국제 오르간 콩쿠르가 생겼다는 점에서도 이번 대회의 의미가 크다”며 “이 대회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 1위 수상자에게는 1100만원의 상금과 향후 2년간 롯데콘서트홀 기획공연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 2위 수상자에게는 500만원, 3위 수상자에게는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한 연주와 해석에 있어 탁월한 실력을 보인 참가자에게 특별상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