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이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이 러시아 기업에 인수될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대부분 철수했고, 최소한으로 현대자동차는 인력과 경영을 유지했지만 결국 러시아에 공장이 넘어갈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리아 노소스티 통신에 따르면 만투로프 장관은 이날 카자흐스탄 이놈프로 산업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인수와 관련해 이미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며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 기업은 러시아 기업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령을 고려하면 (바이백 옵션 유효기간이) 2년으로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러시아 기업에 공장을 넘길 경우 다시 되살 수 있는 권리인 바이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기간은 2년으로 제한될 것을 시사한 셈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면서 소형 세단 솔라리스(엑센트), 소형 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 모델을 제조했다. 그러다 러시아 전쟁에 대한 서방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3월 부품 공급 어려움 등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이달 중 현지 자동차 업체 아브타토프가 제안한 ‘현대차 공장 생산 현지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브타토프는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현대차 공장에서 가스 엔진을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에서 철수하는 외국 기업 자산을 강제로 국유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일본 자동차기업 닛산은 공장 등 러시아 내 자산을 6년 바이백 조건으로 1유로에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인 ‘NAMI’에 매각했다. 바이백 조건이 걸려있긴 하지만 헐값 매각인 셈이다.
올초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카자흐스탄에 매각될 수 있다는 보도도 전해진 바 있다. 현대차는 “다양한 처리 방안을 두고 검토를 진행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