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협상 중단"..HD현대, STX중공업 인수 무산되나

3월 본입찰 단독 참여 후 추가 절차 지지부진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가동률 116.9%
증설 필요성 및 친환경 엔진 시너지 효과 기대
가격 입장차 커 조율 난항 예상..무산 가능성도
  • 등록 2023-05-31 오후 6:11:41

    수정 2023-05-31 오후 6:13:04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인수자로 유력시 되고 있는 가운데 매각 금액을 둘러싼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STX중공업의 매각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커서 쉽게 좁혀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사실상 무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HD현대 관계자는 STX중공업 인수와 관련해 “여전히 협상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3월 STX중공업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인수협상대상자 선정을 포함한 추가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가격을 둘러싼 의견차가 있어서 인수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STX중공업 선박용 저속 디젤 엔진
STX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사모펀드인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STX중공업 지분 47.79%인 1356만3000주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당초 한화그룹과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화그룹이 HSD엔진 인수로 선회하면서 결국 본입찰에선 HD한국조선해양만 입찰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HD현대가 중소형 선박용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STX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D현대는 현재 조선업계 빅3(HD현대·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중 유일하게 자체 엔진사업부를 갖추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전체 매출 비중의 15%를 차지하는 엔진기계사업부에는 대형엔진과 대형 선박 발전기용으로 사용되는 중형엔진인 ‘힘센엔진’, 육상용 엔진발전설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엔진기계사업 부문의 평균 가동률은 116.9%에 달한다. 최근 조선업 호황까지 겹치면서 증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STX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증설 효과는 물론 대형 엔진부터 중소형 엔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또한 STX중공업의 경우 선박용 저속 디젤엔진을 비롯해 이중연료엔진(DF) 엔진과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면서 인수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만 HD현대는 적정가치를 넘어선 무리한 인수를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너지가 있다”며 “그 시너지가 큰 회사는 그에 대해 페어밸류(Fair Value·적정가치)를 많이 쳐줄 수 있고 시너지가 작은 회사는 적게 쳐줄 수 있다”고 말했다.

STX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만의 단독 입찰로 인수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실제로 당초 1000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던 몸값은 이날 종가(5520원) 기준으로 748억원에 그친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감안하더라도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한편 STX중공업은 2018년 파인트리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5년간 영업이익 흑자전환, 부채비율 감소 등 실적 향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다.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1793억원, 영업이익은 113억원을 기록했다. 유동부채는 2947억원에서 1847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268%에서 116%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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