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쉽지 않네"…산은, KDB생명 무산에 HMM·아시아나도 '먹구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화물사업 매각돼도 美 변수
HMM 매각 유찰 관측 지배적…"적격 후보자 없으면 매각 중단"
KDB생명, 다섯 번째 매각 시도도 결국 실패
  • 등록 2023-11-01 오후 4:15:45

    수정 2023-11-01 오후 4:15:45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산업은행이 매각 리스트에 오른 매물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실사를 마친 KDB생명의 매각은 실패했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매각 계획이 틀어지면 공적자금 회수 시기는 물론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 모습.(사진=이데일리DB)
1일 항공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일 이사회를 다시 개최해 화물사업 부문 매각 건을 처리할 재논의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지난 30일 해당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 매각을 통해 유럽 집행위원회(EC) 등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대한항공과의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각 불가시 합병 무산으로 이어져 아시아나항공에 제공된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 이사회가(화물사업 부문을) 살리기로 의결하면 또 국민의 혈세 또는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물사업 부문 매각이 결정돼도 변수는 있다. 미국 법무부(DOJ)는 최근 대한항공 회의에서 “EC에 제출한 최종 시정안이 DOJ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독자적인 심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새로운 조건을 내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HMM 매각도 여전히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LX그룹이 HMM 실사를 중이다. 실사는 내달 하순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안팎의 시선은 비관적이다. 매각 중단 관측도 끊임없이 나온다. 매각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최소 5조원 이상의 HMM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강 회장은 최근 “적격인수자가 없다면 당연히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발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산업은행이 직후 해명을 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HMM 매각과 관련해 여당과 정부 내 기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HMM은 산업은행의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HMM 주가가 1000원 떨어지면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0.07% 하락한다. 산업은행의 2분기 BIS비율은 14.11%로 전분기(13.11%) 대비 1.00%포인트 상승했다. 후순위채 발행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따른 충당금 환입 효과다. HMM 매각 과정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주가가 급락하면 산업은행 BIS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KDB생명의 다섯 차례 매각 시도도 실패로 귀결됐다. KDB생명 정상화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인수금액보다 큰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재매각 계획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어 언제 재개할지 미정이다. 강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매각 속도전을 강조했지만, 매각 작업이 난기류에 빠지면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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