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나온 증권사 매물에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양증권은 국내 30위권 증권사라는 점에서 그동안 매물로 나온 증권사 중에서 체급이 큰 편이다. 현재까지 원매자로 거론된 우리금융과 LX 등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모펀드(PEF)와 증권업 진출을 노리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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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양증권은 이날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한양학원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매각 대상자, 매각 금액, 매각 방식 및 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양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기준 26위의 중소 증권사다.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은 4964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원, 당기순이익은 3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엔 영업이익 1162억원, 당기순이익 79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한양증권의 매각설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고금리에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경영난 끝에 지분을 매각한다는 설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한양증권은 지난 2022년 매각 루머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금융감독원 합동단속반에 해당 내용을 직접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2년 만에 입장을 선회해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한양증권 매각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매각 루머가 퍼진 2022년 이후 한양증권을 포함한 한양대 재단 소속 계열사들의 부실이 악화되면서다. 한양대 재단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이 보유 중인 PF거래 관련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4009억원으로 전년(3124억원) 대비 28.3%(885억원) 급증했다. 한양산업개발 최대주주인 에이치비디씨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27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지만, 부채비율은 80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의료파업 장기화로 한양대의료원의 부실도 커지기 시작했다. 한양학원은 서울병원과 구리병원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4월 금융기관에서 500억원을 대출받았고, 지난달에는 이들 의료원 장비 등의 리스자금으로 31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한양증권 역시 부동산PF가 주력 분야였던 만큼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양증권 영업이익은 2021년 사상 최대를 찍은 뒤 2022년 372억원으로 4분의1 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도 463억원에 그치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 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277.8%, 2022년 227.2%, 지난해 256.9%로 200%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756.4%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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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최대주주는 지분 16.29%(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한양학원으로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4.05%) △김종식(0.67%) △김명서(0.57%) △김명희(0.57%)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0.54%) 등 특수관계자 합산 지분은 40.99%다. 최근 한양증권 시가총액(1800억원)을 고려하면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매자로 거론된 우리금융과 LX 측은 한양증권 인수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사모펀드(PEF)로서 당연히 모든 M&A에 관심이 있는 것일 뿐 (원매자로 거론된 것은) 당혹스럽다”며 우회적 부인에 나섰다.
다만 한양증권은 지금까지 매물로 나온 증권사 가운데 체급이 큰 편이기에 잠재적 인수 후보들의 물밑 작업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 중에선 △2018년 J&W파트너스의 SK증권 인수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인수 △우리금융의 한국포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이 있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양증권의 매각 추진에 대해 “즉각적으로 회사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한양증권이 지원 능력이 우수한 계열에 편입되고, 계열의 지원 의지가 인정될 경우 신용등급 상향을 검토할 수 있다”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지난달 말 기준 한양증권의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은 ‘A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