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자이글의 2차전지 광풍…현실은 2년 연속 적자?

자이글, 2차전지 관련주…올해 주가만 200% 폭등
LFP 배터리 사업 중심 시장 선점 나선다
현금성 자산 72억→35억 반토막…투자 여력 미지수
  • 등록 2023-05-11 오후 6:05:32

    수정 2023-05-11 오후 6:05:32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적외선 조리기 등 주방용 가전기기 제조업을 영위 중인 자이글이 올해부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필두로 2차전지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2년 연속 적자를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 특성상 투자 여력이 충분한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자이글 “LFP 배터리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

자이글 슈퍼 원형그릴. (사진=자이글)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자이글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50원(7.46%) 하락한 1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5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올해에만 200% 넘게 급등했다.

자이글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2차전지 관련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새로운 2차전지 관련주를 찾으려는 개인투자자들과 주가 부양을 노린 투기적 자금이 동시에 몰리면서다. 이후 자이글의 주가는 지난 4월 초 3만9900원까지 8배 급등하기도 했다.

2022년 말 씨엠파트너의 경기도 평택시 공장단지를 74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난 3월 이뤄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자이글은 사업목적에 2차전지 셀 및 소재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고 공시했다. 주로 가정용 그릴을 만드는 회사였으나 신사업과 함께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이 기간 자이글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자이글은 이에 대해 지난 3월 말 “미국 버지니아주에 2차전지 합작법인(JV) 설립 및 투자와 관련해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에는 합작법인의 투자 금액과 일정에 대해 “미국 측 기밀유지 약정에 따라 그 내용을 공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이글은 LFP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FP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뒤처진 기술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신기술이 개발되고 보급형 전기차(EV) 시장이 커지면서 LFP 배터리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자이글은 “그간 국내 대기업은 EV용 NCM 배터리에 집중했고, 국내에는 LFP 배터리의 생산, 연구 기반이 미약해 글로벌 시장은 중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면서 “LFP 배터리가 경제성, 안정성, 수명주기 면에서 장점이 있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치가 있고, 국내 기술로 제조·양산할 경우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목표는 UPS, ESS 분야에 안정적인 LFP 배터리로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저변을 확대해 LFP 배터리 기술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금성 자산 반토막…투자 여력은?

자이글 주요제품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이 들어가는 2차전지 산업 특성상 자이글의 투자 여력이 충분한지는 미지수다. 막대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5억4600만원으로 전년 72억5000만원에서 반토막 난 상태다.

지난 2022년 기준 자이글의 매출액은 149억원, 영업적자 26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 상태다. 전년 동기(영업적자 50억원) 대비 적자폭이 줄어들긴 했으나 최근 5년(2018~2022년) 중 2020년을 제외하고 모든 기간이 적자로 집계됐다. 2022년 매출액의 32%는 자이글 그릴, 67%는 웰빙가전에서 발생했다.

자이글은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3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운영자금(237억원) 마련과 채무상환(63억원)을 위해서라는 점에서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자이글이 2차전지 공장을 세운다거나 신규 투자 유치를 따내려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과거 제약·바이오주 열풍 때도 호재 공시를 내세워 주가를 올리는 경우가 잦아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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