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자'의 갑질에 대항하는 법

  • 등록 2016-07-11 오후 4:31:39

    수정 2016-07-11 오후 4:31:39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억울해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게 냉혹한 시장경제 아니겠어요. 비자(VISA)가 ‘갑’이니까요. 전세계 결제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니까요. 카드사간 글로벌 얼라이언스(동맹)를 만들어 비자의 독점력을 약화시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최근 국제 카드 브랜드 비자의 일방통행식 수수료 인상 강행에 대한 금융당국자의 냉정한 분석이다. 실제 비자카드는 국내 카드사의 ‘읍소’에 요지부동이다. 지난 5월 해외결제 수수료를 0.1%포인트 올리겠다고 일방통보하더니 국내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철회’ 항의를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국내 카드사는 ‘2차 반격’을 준비중이다. 비자카드 미국 본사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에 더 강력한 항의 서한을 보내거나 직접 항의 방문하고 법적 대응을 위한 컨설팅에 나선다고 한다. 하지만 카드업권 내부에서도 ‘헛발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카드사 임원은 “법률적 대응을 한다고 하는데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이제는 비자의 독점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글로벌 결제시장에서의 대항마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제 결제시장의 독과점 상태를 깨트리지 않으면 언제든 지배적 사업자의 갑질은 반복될 수 있어서다. 비자의 ‘수수료 인상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9년에도 이미 있었다. 금융당국이 측면 지원할 수 있는 한·중·일 카드 결제망을 공동 활용하는 ‘카드사 얼라언스(동맹)구축’ 방안이 업계를 중심으로 진지하게 고민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소극적이다. 여신금융협회 고위 관계자는 “한중일 공동결제 시스템이 있는 게 카드산업 발전에 바람직하지만, 여러 고민할 사항이 많다”고 머뭇거렸다. 먼저 민간에서 관련 논의를 해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공동결제망 구축에 필요한 비용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읍소하는 땜질식 처방에만 머물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다른 카드사 임원은 최근 사태를 두고 “신용카드 시장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다면 인프라투자를 해서라도 BC카드를 국제 브랜드로 키웠어야했다”며 후회했지만, 세상엔 공짜점심은 없다. 상황 변화를 원한다면 이제라도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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