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UAE 수출에 고삐를 죈다. 수리온 헬기 수출을 위해 현지에 직접 사무소를 차리고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난 1년여간 UAE와의 협력이 순탄치 않았던 만큼 사무소 설립과 함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KAI가 개발한 육군기동헬기 수리온(왼쪽부터),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의무후송헬기, 경찰헬기, 산림헬기, 소방헬기가 회전익동 앞 활주로에 주기돼 있다. (사진=K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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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UAE 현지 사무소 개소를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강구영 사장과 사외이사 4인(김광기·김근태·원윤희·조진수)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UAE 사무소 설립’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후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연내 설립을 완료하고 UAE 정부와 소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KAI의 UAE 사무소 설립 결정이 수리온 수출을 염두한 조치로 보고 있다. UAE 수출을 목전에 두고 소통 창구를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변심이 잦은 중동국가 특성상 협상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석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실제 UAE는 지난해 5월 8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다목적헬기(H225M Caracal) 12대 구입 계약을 전면 철회했다.
KAI 역시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어쇼에서 UAE정부와 수리온 시제기(KUH-1E) 수출 협상을 진행한 이후 약 1년여 간 확답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KUH-1E는 수리온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KAI가 자체 개발한 헬기다. UAE측은 면밀한 평가를 진행한 후 수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구매 결정이 늦어지면서 협상 무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AI는 해당 사무소 설립 목적이 수출 계약 이행인 만큼 협상을 잘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수리온을 비롯한 완제기 수출이 강구영 사장의 역점사업이라는 점에서 UAE 사무소 설립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AI에 따르면 UAE사무소는 수리온 수출 계약 이행을 주 기능으로 한다. KAI 내부에서도 수출 협상 타결과 UAE 사무소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은 올해 완제기 수출 목표를 전년 대비 145% 증가한 3조368억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목표 수주액을 전년보다 약 30% 증가한 5조9147억원으로 설정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KAI 매각설이 불거졌던 당시에도 강 사장은 수출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KAI 관계자는 “UAE 사무소 설립 결정만 내린 상태”라며 “수출 성공을 위한 마케팅 작업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AI는 지난해 두바이 에어쇼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처음으로 수리온과 소형 무장헬기(LAH)를 선보였다. 당시 KAI는 출품한 기제를 통해 고난도 특수 기동을 선보이며 중동 바이어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