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두 회사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혹은 에스엠 경영진과 각각 합의한 계약서가 공개되며 공방전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에스엠은 소액주주들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 만큼, 향후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는 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먼저 공개된 것은 카카오와 에스엠 경영진이 체결한 계약서였다. 음원·음반 유통 등에 관한 권리와 향후 신주 및 전환사채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가 논란이 됐다. 유통에 대한 권리는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았고, 우선인수권 또한 향후 카카오의 경영권 인수 의향을 드러낸 것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에스엠 경영진은 하이브 등 일각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악의적 곡해’로 규정하며 반박에 나섰다. 에스엠 측은 카카오의 음원·음반 유통 등 권리에 대한 기한은 향후 세부사항 조율을 통해 정할 수 있으며, 우선인수권 역시 투자계약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문구로 정관상 신주 발행 한도가 이미 다 찼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이번엔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이 체결한 계약서가 공개되며 화살이 하이브를 향했다. 하이브가 ‘나무심기’와 관련한 이 전 총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에스엠 경영진은 ‘나무심기’에 대해 “이 전 총괄의 부동산 사업권 욕심과 연관이 있다”며 이 전 총괄이 무리하게 에스파의 신곡 가사에 ‘나무심기’를 넣으려다 컴백이 미뤄졌다고 폭로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사실상 사업상 협력이 어려운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인수전에서 지는 쪽은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양측이 사생결단으로 나서는 모습을 에스엠 주주들만 흥미롭게 지켜보는 판세”라고 평가했다.
‘선과 악’의 프레임 벗어나 누가 경영 잘할지 봐야
어느 쪽에 더 명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지분 인수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현 경영진으로서는 카카오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을 뿐 아니라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자금 수혈이 시급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계약서 속 카카오의 음원·음반과 관련한 부분은 배타적인 권리로서 분명한 혜택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며 현 경영진으로서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카카오로서도 당시 9만원은 사상 최고가 수준이었기에 2000억원 가량의 자본을 투입하는데 아무런 페이버(Favor) 없이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양측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은 이 전 총괄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과와 주주총회에서의 표심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판세는 하이브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판례에서 다소 유리해 보이는 카카오 측이 원하는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양측은 서로 경쟁하듯 주가를 올려가며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음 달 주주총회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확정한다. 지난해 9월 말 분기보고서를 바탕으로 하면 소액주주들이 60%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이수만(18.46%),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다. 변수는 컴투스(078340)로 지난해 10월 4.2%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밖에 얼라인파트너스가 1~2%의 지분을,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해 SM 등기임원이 1%에 다소 못 미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