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여신금융협회와 ‘한중일 카드 얼라이언스(동맹)’구축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비자(VISA)카드의 과점적 지위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항마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복되는 비자의 ‘갑질’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법률적 대응 등의 단기적 대응방안 뿐 아니라 국제 카드결제 시장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카드이용금액에서 비자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이른다. 이렇다보니 비자의 ‘갑의 횡포’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카드는 지난 5월 국내 8개 전업카드사에 대해 오는 10월부터 해외에서 비자카드 사용시 소비자가 부담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일률적으로 0.1%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8개 국내카드사는 수수료 인상 철회를 요구했지만, 비자는 해외결제 수수료 인상 시기를 내년 1월로 연기하는 문제를 제외하면 기존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국제 카드결제 시장에서 비자의 과점적 지위가 유지되는 한 비자카드의 입장을 되돌릴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법적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신금융협회 고위 관계자는 “비자카드는 국내 기업이 아닌 데다 세계적 카드망을 갖고 있는 회사라 대응에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자와의 계약서에 따르면, 수수료율은 비자의 통지로 갈음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 카드사 사장은 “계약 자체가 불공정 계약으로 보이지만, 기존에 비자를 쓰는 고객을 처리하는 문제도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수수료 인상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비자카드는 2009년에도 한국에만 해외이용 수수료율을 20% 인상하려다 비판 여론에 직면에 철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국내 카드사들과 협의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비자는 중국과 일본은 제외한채 우리나라에만 수수료 인상를 통보했고 중국은 유니온페이, 일본은 JCB라는 국제 브랜드사를 독자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중·일 카드 얼라이언스가 구축돼 새로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카드브랜드가 등장하면 기존 비자의 카드결제망 이용 때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 있다. 우리가 일본 도쿄나 중국 북경의 가맹점에서 카드를 긁거나, 중국, 일본인이 국내 명동 가맹점에서 카드를 긁을 때 기존 비자결제 때보다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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