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사
현대모비스(012330)가 미래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략(SDV)에 발맞춰 인공지능(AI) 영상인식, 카메라 센서, 증강현실(AR)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투자를 꾸준히 늘리면서다. 현대모비스는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모비스벤처스를 통해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차 ‘눈’ 라이다 기술 확보 총력16일 현대모비스가 최근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라이트IC 지분 4.8%를 117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트IC는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인 라이다(Lidar)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8월 투자를 실시한 라이다 전문 스타트업 라이트IC의 기술설명도.(이미지=라이트IC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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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는 쉽게 말해 자동차가 주변 사물을 인식하게 해주는 센서다. 사물에 빛을 발사해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강도를 측정해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그려낸다. 사실상 자율주행차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해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이트IC가 보유한 기술의 특징은 반도체만으로 레이저빔을 조향하는 것이다.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싼 기존 제품과는 달리 물리적인 부품 없이도 라이다 기술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계식 스캔 방식과는 달리 반도체와 안테나 등을 통해 주변환경을 스캔하는 한 차원 진화된 방식을 갖고 있다”며 “라이다 기술 개발과 시장 조기 진입을 목표로 기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비스벤처스,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핵심현대모비스의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는 지난 2018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내 벤처캐피탈이인 모비스벤처스를 설립하고 전 세계 기술 혁신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 거점을 마련하면서다. 이미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현대 크래들’이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자율주행 및 친환경차 부품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의 사무소를 차렸다. 모비스벤처스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중국 선전과 한국 서울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있다.
모비스벤처스는 지금까지 총 8개의 스타트업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설립 첫 해인 2018년에는 국내 AI 영상인식 전문기업인 스트라드비전에 8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현대모비스가 자회사나 계열사를 제외한 외부에 투자한 사례로는 창사이래 가장 규모가 큰 투자였다. 이후 현대모비스는 중국의 AI 영상인식 스타트업 딥글린트(59억원), 미국의 열화상 센서업체 옵시디언(24억원) 등의 투자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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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베팅도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 라이다 센서 시장 글로벌 1위 업체인 벨로다인에 587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시스템 공동개발에 나섰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영국의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전문업체 엔비직스에 약 3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AR HUD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핵심부품으로 차량의 도로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전면 유리창에 투영해주는 장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0월 엔비직스에 3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실시했다. 2021년에는 미국 전장 소프트웨어 업체 소나투스에 41억원, 이미징 레이더 기술 업체 젠다에 47억원을 투자했다.
모빌리티 기업 전환 속도 빨라질 듯현대모비스의 미래 모빌리티 기업 전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월 전동화와 핵심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계획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5조~6조원의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및 소프트웨어 등 외부 투자에 3~4조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전략적 인수합병(M&A), 기술 제휴,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