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는 롯데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기존 결정했던 투자 시기가 늦어지거나 매각하기로 했던 사업 계약이 중도 무산되는 등 차질이 생기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파키스탄 법인 LCPL 지분 75.01%를 매각하기 위해 추가 인수 후보를 물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5일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화학 회사 럭키코어인더스트리즈(이하 럭키코어)에 LCPL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 26일 럭키코어에 LCPL 지분 75.01%를 1924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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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이번 매각 무산에 대해 “파키스탄의 정치·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대방이 주식매매 계약서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해 계약이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불안정한 대외 상황으로 롯데케미칼의 미래 전략을 수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2월 PET해중합(BHET)시설 투자 기간을 기존 2024년 6월 30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3년 6개월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울산공장 내 PET BHET와 화학적 재활용페트(C-rPET)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한 롯데케미칼은 C-rPET 시설은 2022년 완공하고 시생산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770억원이 들어가는 재활용 원료 BHET 시설 투자는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석유화학산업 지형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10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굵직한 화학업체들이 이미 일찌감치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한 상황에서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었다.
동시에 불필요한 사업은 매각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중국 현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증설하며 가격전쟁에 나서자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수익성이 나빠진 현지 기초 석유화학 공장들을 모두 매각했다.
다만 빠르게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늘어난 재무부담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가 관건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4조9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만 하더라도 보유 현금으로 빚을 다 갚고도 8000억원이 남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좋았지만 3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5조원에 가까운 빚이 생겼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외 환경 변화에 발맞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