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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첫 법안인 ‘트럼프케어’가 공화당 내부 반대 끝에 좌초된 것을 시작으로 트럼프와 그의 ‘실세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의 행보가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 그의 당선 이후 전 세계 증시를 이끌었던 ‘트럼프노믹스’를 흔들 수 있으리란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지율 취임 후 최저인 36%로 ‘꽈당’
미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미 하원의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 직후인 24~26일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36%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번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전 최저치인 열흘 전 조사(37%) 때보다 1%포인트 더 내렸다. 반대로 트럼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로 올랐다. 트럼프 정부 지지율은 같은 조사에서 취임 직후인 올 1월21일 46%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했다. 두달여 평균은 42%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핵심공약의 잇따른 좌초다. 첫 행정명령이던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논란 끝에 법원의 중지 명령으로 무산됐고 전임 정부의 국민보험 제도 오바마케어(ACA) 폐지 역시 트럼프케어 법안 철회로 사실상 좌초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화당 내부의 분열이다. 앞으로의 법안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법안 좌초는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강경파로 구성된 ‘프리덤 코커스’ 때문이다. 이들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반대한 게 아니라 트럼프케어 같은 절충안이 아닌 완전한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민주당에 대한 때늦은 구애에 나섰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민주당과의 협력을) 전적으로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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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친인척 구설수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미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조사하기로 했다. 쿠슈너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전 제재 대상이던 국영 러시아 은행(VEB) 대표를 만난 이유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와 접촉하는 기업·단체에 대한 처벌에 앞장서야 할 미국 정부의 실세가 오히려 러시아와 접촉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러 대사와 사전 연락을 취했다는 이유로 취임 한 달 만에 낙마한 바 있다.
미 상원 정보위는 이미 백악관 측에 쿠슈너를 청문회에 세우겠다는 요청을 전달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미 러시아 개입 문제를 공식으로 수사 중다. 일각에서는 청문회만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며 워터게이트 사건 때처럼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대가 실망으로…’ 움츠리는 시장
트럼프 정부가 위기를 맞자 트럼프 정책 기대감에 부풀었던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존스 산업30지수는 27일 전날보다 0.22% 내린 2만550.98로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011년 이후 최장기 내림세다.
트럼프발 경기회복 기대감 속 이어지던 ‘강달러’도 주춤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27일 뉴욕 마감 기준 99.18로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리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신 안전자산인 금값이 올랐다.
자산운용사 글러스킨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를 통해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의 트럼프 랠리는 사실에 기반한 펀더멘털이 아니라 ‘야성적 충동’”이었다며 “큰 틀에서의 되감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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