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가 생깐 거다" "그걸 말이라고?"…이런 법관 아직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관평가 사례집'' 출간
고압적 태도로 모욕적 발언…일부는 예단
절차 준수 진실발견 노력 등 긍정적 평가도
"법관인사 공정·타당성 확보 자료 활용 기대"
  • 등록 2024-07-01 오후 6:14:14

    수정 2024-07-01 오후 6:14:1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A법관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증인에게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내가 왜 그 말도 안 되는 것을 듣고 있어야 하느냐?”, “모두 피고 때문이다”라고 소리 지르며 증인을 위협했다고 한다.

B법관은 조정이 필요해보인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조정기일을 지정해놓고서는 소송대리인에게 “조정할 의사가 없었으면 미리 말했어야죠. 저희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오늘 나온 줄 압니까?”라며 상당한 모욕감을 줬다고 한다. 재판에서의 불이익이 우려한 소송대리인이 법관에게 사과했지만 계속해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B법관은 재차 무리하게 조정을 권유하며 “매우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1심 판결도 잘못된 것 같다”며 불필요한 예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대한변호사협회가 1일 공개한 ‘2023년 법관평가 사례집’에 소개된 사례다. 대한변협은 법조일원화 시행 10주년을 맞아 각 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 주요 사례들을 모은 사례집을 첫 발간했다고 이날 밝혔다.

법관평가제도는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순차 도입돼 2016년부터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에서 일제히 실시 중이다.

변호사가 실제 재판과정에서 겪은 구체적 경험들을 ‘긍정적인 사례’와 ‘부정적인 사례’로 구성했다. 세부적으로는 ▲공정 ▲품위·친절 ▲신속·적정 ▲직무능력·직무성실 4개의 항목으로 구분해 총 1717건의 사례를 담았다.

상대방인 피고가 항변을 하지 않았음에도 법관이 항변권 내용을 법정에서 직접 언급함으로써 변론주의를 위반한 사례도 접수됐다. 해당 법관은 합의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처럼 언급을 하면서 사실상 합의를 강요했다고 한다.

또다른 법관은 사실심 변론 종결이 되면 더 이상 사실관계를 다툴 수 없음에도, 예단에 따라 소송대리인의 증거신청을 부당하게 제한했다.

부적절한 재판 진행 사례도 있었다. 변론기일 도중 피고를 다그치고 심지어 변론 도중 다 들리는 말로 “피고가 쌩깐(무시한) 거잖아요”라며 비속어를 사용한 법관 사례가 있는가하면, 서면을 변론기일보다 1주일 전에 제출하면 “기일보다 며칠 전에 읽어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변론기일 직전 2~3일 내에 제출하면 “지난주에 기록을 보고 이번 주에는 보지 않아 못 보고 들어왔다”고 말하는 법관도 있었다고 한다.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합리적 소송지휘권 행사”

고압적인 태도로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예단과 선입견을 드러내는 등 부적절한 모습을 보인 법관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수록된 사례 중에는 재판과정에서 소송법상의 절차를 준수하고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노력하며 합리적인 소송지휘권을 행사하는 등 법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C법관은 재판 전에 사건의 쟁점을 충분히 파악한 후 변론기일에는 실질적인 심리와 쟁점 정리가 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특히 변론기일마다 직접 양측의 주장을 요약해 사건의 쟁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였다.

D법관은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고 하급심 판례가 일관되지 않으며 법리에 대한 다툼이 심한 사안에서 각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소송대리인에게 필요한 석명을 구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변론 종결 후 변론을 재개하면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소송대리인과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법관은 피고인의 상황 및 신체 상태 등을 고려하고 선입견이나 예단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재판을 진행했고 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하고 언행에 품위가 있었다고 한다. 재판 시각의 준수, 기일의 신속한 지정,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적절한 소송지휘권 행사 등 재판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판결문을 통해 논리적으로 충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법관평가는 법관과 대면해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직접적인 경험에 기초해 이뤄졌다.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올해 첫 발간된 ‘법관평가 사례집’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선진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추후 법관인사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는 자료로써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2023년 법관평가 사례집’을 대법원 각급 법원 및 유관 기관에 순차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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