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의 미래 투자…1조7400억 들여 송도4공장 짓는다(종합)

생산설비 25만6000ℓ…‘단일 규모 세계 최대’
이재용 부회장, 전격 결단…대대적 투자주도
2022년 말 가동 목표…2만7000명 고용창출
상반기 수주액 1.8兆 돌파…작년 年매출 2.5배
  • 등록 2020-08-11 오후 5:36:43

    수정 2020-08-11 오후 9:12:08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제4공장을 신설한다고 11일 전격 발표했다. 총 투자금액은 1조7400억원에 달한다. 향후 ‘제2 삼성 바이오캠퍼스’ 부지 매입비용까지 감안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완공된 제3공장 투자비 85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로, 삼성바이오의 지난 9년간 누적 투자액인 2조1000억원에 버금가는 역대 최대 투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여성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대대적인 투자가 결정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초유의 불확실성에 휩싸였지만,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는 흔들리면 안 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8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계획을 공개하면서 인공지능(AI)·5G·전장용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통해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라며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5월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라인 투자를 결정할 당시엔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바이오 송도 4공장 증설은 이 부회장의 흔들림 없는 투자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천 송도 제4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 투자비 2兆 역대 최고…올 하반기 착공

이날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4공장 건설 로드맵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에 증설이 결정된 송도 4공장의 총 연면적은 약 23만8000㎡(7만2000평)로 1·2·3공장의 전체 연면적 24만㎡(7만3000평)에 육박하며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약 1.5배에 이른다. 완공 시 생산설비 규모는 25만6000ℓ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3공장(18만ℓ)이 보유한 종전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게 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4공장은 올해 하반기 기공식을 시작으로 오는 2022년 말부터 부분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4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는 총 62만ℓ의 생산 규모를 보유함에 따라 글로벌 전체 위탁 생산(CMO) 규모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는 이번 4공장 건설로 임직원 1800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별도 건설인력 6400여명을 고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로 인해 생산유발 효과가 약 5조6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약 2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그동안 삼성바이오는 짧게는 1년 9개월, 길게는 5년여에 걸쳐 각종 검찰 수사와 압수수색 등을 겪으면서도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속해 왔다. 꾸준한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R&D) 역량을 축적하며 성장해온 삼성바이오는 잇따라 대형 계약을 수주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연간 매출액 7016억원의 2.5배 수준인 1조8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수주했다. 김 사장은 “고객사들의 공급 요청과 더불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 속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위탁생산(CMO)·위탁개발(CDO)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4공장 증설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1년9개월 檢수사…K바이오 불확실 해소해야”

삼성바이오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만3000원(4.28%) 상승한 80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시가총액 53조1967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네이버(035420)에 이은 시총 4위다. 모회사인 삼성물산(028260) 보다 2.5배나 큰 규모다.

삼성바이오는 ‘장부상 가치를 부풀려 투자자를 속인 분식 기업’이란 의심 하에 수사를 받고 있지만,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국내외 시장 기대와 평가는 다르다는 반증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들과 시장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평가한다”면서 “현재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는 시장에서도 삼바를 ‘분식 기업’이 아닌 ‘정상 기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제3공장 바이오리액터 가동을 확인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바이오리액터홀.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 6월 26일 변호사, 법학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0대 3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수사 중지와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수사 대상도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재계에선 △시장이 삼성바이오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고 △삼성물산 주주들도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득을 봤으며 △전문가들로 이뤄진 검찰수사심의위 역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해 ‘K바이오’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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