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과거 보험 가입이 쉽지 않던 ‘유병자’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 보험사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암 병력이 있어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자 대상 상품 라인을 대거 강화하고 있다. 경증 유병자를 위한 세분화한 상품을 내놓거나 고지 의무기간을 늘리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는 등 상품 다양화·개인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데다 건강관리가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면서 상품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병자보험은 다양한 특약으로 필요한 보장을 마음대로 설계하거나 고지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보험사가 손해율 증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유병자 보험을 강화하는 이유는 상품 수요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병자보험(간편보험) 가입건수는 2021년 361만건에서 2023년 604만건으로 67.3% 급증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증가하면서 질병을 경험하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유병자 보험이 업계 신규 시장으로 떠올라서다. 이에 따라 ‘질병도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담긴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유병자를 중증부터 경증·초경증 등으로 나눠 세분화하는 식이다. 해당 시장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KB손해보험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10년 내 입원·수술·3대 질병 여부’ 고지 항목을 추가한 ‘KB 3.10.10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Plus’을 출시했다. 고지 항목에 걸리는 사항이 없다면 초경증 유병자로 분류해 최대 14%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 가능하다.
통상 질병 고지가 3·5년이던 유병자보험에 ‘10년’이 추가되면서 초경증 유병자가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 가능한 상품이 탄생했다. 현대해상도 이달 ‘10년 내 입원·수술·3대 질병 여부’ 고지 상품을 출시하면서 초경증 유병자 시장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손해보험사가 고지 의무기간의 다양화를 꾀한다면 생명보험사는 기존 종신보험이나 암보험에 유병자 보장을 더한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달에만 2종의 유병자 보험을 선보였다. 이달 초엔 3대 질병을 포함한 주요 질병을 평생 보장하고 치료 후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유병자 종신보장 건강보험’을, 중순엔 필요한 보장을 맞춤 설계할 수 있는 ‘교보간편마이플랜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최근 출시한 교보간편마이플랜건강보험은 83종의 특약과 3개의 플랜을 탑재한 상품이다. 특히 무사고 고객 계약전환특약을 신설해 보험료 부담을 낮춘 점이 눈에 띈다. 질병·사고로 인한 입원이나 수술이 없다면 가입 후 1년이 지날 때마다 종형을 변경해 보험료가 낮아지는 식이다. 주계약 가입금액이 1000만원인 40세 남자 고객 기준으로 보면, 최대 15.6%가량의 보험료 할인이 가능하다.
한화생명은 이달 10일 유병자도 가입 가능한 ‘암플러스 종신보험 간편가입형’을 내놓았다.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암보장을 결합한 새로운 보장구조다. 암보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지난달엔 2년 이내 암 경험이 없으면 가입 가능한 ‘한화생명 The H 초간편 암보험’도 내놨다. 앞서 삼성생명도 과거 병력 있어도 3가지 간편고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경증간편 입원 건강보험’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