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빚더미, 우선 살고 보자”…진통 속 화물사업 매각 초강수

아시아나 이사회, 2일 화물사업 매각 가결
사외이사 1명 도중 퇴장하는 등 진통
이사진 이해상충·배임죄 여부 논란 탓
화물사업 인수자 찾기 숙제…가격도 관건
  • 등록 2023-11-02 오후 4:55:34

    수정 2023-11-02 오후 10:04:13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연매출 3조원을 찍었던 화물사업부를 분리매각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독자생존은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할 경우 1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자 내기도 급급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알짜 사업을 팔더라도 일단 살고 보자는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해석된다.

배임 논란 등 진통 속 과반 찬성 가결

아시아나항공은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공시했다. 이사회는 참석 이사 5명 가운데 찬성 3명, 기권 1명, 불참 1명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대한항공의 이 시정조치안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안건 통과로 유럽연합(EU) 집행위가 그동안 제기해온 ‘유럽 화물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며 합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열린 이사회는 사외이사 한 명이 표결을 거부하고 중도 퇴장하는 등 진통도 상당했다. 불참한 사외이사 1명은 그동안 화물사업 매각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로 이날도 이사진의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하다 표결 전 스스로 퇴장했다. 앞서 지난 3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8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에서도 안건을 표결에 부치지도 못하고 해산한 이유도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사이외사 중 한 명인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속한 김앤장은 지난 3년간 아시아나항공과 합병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에 자문을 해왔는데 이와 관련한 핵심 안건에 표결을 하는 건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배임죄 적용 여부도 이사회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연매출 3조원에 달하는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게 바로 배임죄 소지가 있다는 측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화물사업을 떼어내면 당장 경쟁력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홀로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은 12조원에 달하는 부채 탓에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매각 결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7000억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활용해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특히 EC가 기업결합을 승인할 직후부턴 계약금 3000억원 가운데 절반을 기업결합 여부와 관계 없이 쓸 수 있도록 했다. 재무상태가 열악한 아시아나항공이 급한 불부터 끄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안이 가결된 2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주차돼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화물사업 인수 적임자 찾기 숙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한 데 따라 우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앞서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지난 5월 양사 합병에 따른 여객과 화물사업 독점 우려 해소를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주요 노선 반납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했을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을 터였다. 대한항공은 현재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국가 14개 중 11개의 승인을 받은 상태로 EU가 합병에 동의한다면 미국과 일본의 승인만 남겨두게 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내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U 경쟁당국으로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내년 초까지 심사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인수할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최근 항공화물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데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 3조원까지 급증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은 올해 상반기 7782억원까지 감소했다. 한때 70%가 넘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의 비중은 현재 21.7%에 머문다.

무엇보다 화물사업을 얼마에 파느냐도 문제다. 만약 낮은 수준으로 매각가가 결정될 경우 합병을 위해 화물사업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사진이 우려했던 배임 논란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 운임비가 정상화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화물사업 인수 후보군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과 화물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에어인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화물사업 관련 인력의 고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인수자가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조 측은 고용유지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매각과 관련, 고용승계 및 유지를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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