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후임자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내달 국빈 방미와 5월 방일 등 큰 외교 일정을 앞두고 안보실장과 주미대사의 동시 교체로 외교·안보 업무의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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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임에 조 대사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김 실장의 이날 사의 표명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전날 불거진 김 실장 교체설을 부인했다. 앞서 김 실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되면서 외교·안보라인에 이상기류가 포착됐다. 원인으로는 미국과의 방미 일정 조율 중 한류스타 공연 관람 부분의 보고가 누락된 점이 지목됐다. 이에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참모인 김 실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교체될 수 있다는 게 교체설의 골자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초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 없다. 하지만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며 “윤 대통령도 만류했지만, 김 실장께서 (사의) 바람을 강하게 피력해서 고심 끝에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빠르게 신임 실장을 내정함으로써 외교·안보 공백 우려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신임 실장으로 내정된 조 대사는 외교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귀국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인수인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후임 주미대사도 신속하게 선정해 미국에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외교·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미대사의 아그레망 때문이다.
조 대사는 지난해 5월 17일 주미대사로 임명된 뒤 미국으로부터 2주 만에 아그레망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였다. 신임 주미대사 역시 2주 만에 아그레망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해도 한미 정상회담까지 일정이 빠듯하다. 주미대사는 우리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일정과 의전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자칫 주미대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조 대사가 인수인계 중 미국으로 돌아가 주미대사로 마무리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