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LG화학이 3분기 만에 석유화학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과 가격 경쟁이 어려워진 범용 제품을 빠르게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군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구조 재편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30일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수익성이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어려운 시기는 항상 있었던 만큼,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 경쟁력을 높여가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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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3분기 실적으로 매출 13조4948억원, 영업이익 8604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5.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9.3%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5.6%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외한 LG화학의 3분기 직접 사업 실적은 매출 6조2777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이다.
주목할 점은 석유화학부문이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를 끊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1660억원에서 올해 1·2분기 각각 510억원, 130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줄여 나갔다. 3분기에는 매출 4조4111억원, 영업이익 36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태양광 패널 필름용 소재(POE), 탄소나노튜브(CNT)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이 견조한 수익성을 냈고, 유가가 오르면서 발생한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도 수익 개선에 힘을 보탰다.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석유화학 시황은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경기부양 정책이 인프라 투자에 집중돼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시황은 상반기 대비 큰 폭의 변동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내년에는 중국발 증설 물량이 상당 부분 축소되면서 추가 공급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의 경우 올해 대비 회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은 내부 효율화 작업을 통해 중국과 경쟁이 심화하는 사업을 계속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 LG화학 3분기 실적 요약.(자료=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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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부문은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3분기 수익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양극재 사업이 중심을 이루긴 했지만, 균형 잡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첨단소재부문 3분기 실적은 매출 1조7142억원, 영업이익 1293억원으로 전분기(매출 2조150억원·영업이익 1870억원) 대비 수익성이 악화했다. LG화학은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수산화리튬과 양극재 판가가 20% 이상 하락했다”며 “4분기에도 리튬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어서 3분기 대비 규모는 축소하나 메탈 재고에 따른 부정적 손익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화학은 메탈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재고 규모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보수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한 만큼 기존 생산능력(CAPA) 확대 계획은 변함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저가 전기차 수요에 대응한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LG화학은 모로코 현지에 LFP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산 5만톤(t) 규모로 2026년 가동이 목표다. LG화학은 “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미국 내에서 배터리 생산을 추진 중인 복수의 잠재 고객사와 LFP 양극재 공급을 논의 중”이라며 “화유코발트와 협력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 솔루션을 개발해 중국 업체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생명과학부문은 매출 2914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을 기록했다. 백신, 필러 등 일부 제품의 해외 출하 물량 감소로 매출은 전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아베오(AVEO) 인수 후 본격적인 매출 성장과 이익 개선 등에 따라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이차전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팜한농은 매출 1201억원, 영업적자 150억원을 냈다. 비료 시황 악화에 따른 판가 하락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한편 LG화학은 최근 중국에 매각한 필름 사업 대금을 이번 영업이익에 미반영했다. 처분 이익은 약 9000억원 규모로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1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매각을 추진하다가 최근 재가동을 시작한 전남 여수의 나프타 분해시설(NCC) 2공장은 매각보다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
| LG화학 3대 신성장동력.(자료=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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