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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30조원이다. 2014년 12월 산은법을 개정해 한도를 30조원으로 늘린 이후로 10년간 동결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전 세계가 반도체, AI 등 자국의 첨단산업에 정책금융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산의 법정자본금이 턱없이 부족하던 지적이 제기됐다. 9월 말 기준 산은의 자본금은 26조 3000억원으로 전체 법정자본금의 87.6%가 소진됐다.
특히 정부는 지난 5월에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내놨는데, 이 중 산은이 17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반도체 기업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통상 산은 출자금액의 10배가량 대출 여력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할 땐 단순 계산으로 1조 7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에 상응하는 추가 증자가 이뤄지면 산은의 자본금은 28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혁신성장펀드 등 앞으로 예정돼 있거나 계획 중인 각종 펀드 등을 고려하면 곧 30조원의 법정 한도가 가득 찬다.
이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산은 자본금 한도를 50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에서도 산은 자본금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산은 자본금 한도를 40조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정책금융의 지나친 공급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병권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산은의 자본금 한도 상향과 관련해 “정책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해당 부문으로의 원활한 민간자금 유입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한다”며 “특정 산업의 불균형적인 보호는 시장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 및 민간의 혁신을 유인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산은의 역할 재정립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경제개발 단계에서 성장이 필요한 자본을 기업에 공급하는 역할로서 산업은행의 역할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는 민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정책금융은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 사회 문제와 벤처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만큼, 산업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그에 필요한 자본금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