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못 걸어요'...모두 독감이었다" 응급실 의사의 당부

  • 등록 2025-01-07 오후 5:49:49

    수정 2025-01-07 오후 5:49:4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독감 의심 환자가 8년 만에 가장 많이 발생한 가운데 남궁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체감 상으론 전국민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할 수 없던 그 마지막 시기를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독감 환자 증가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7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우리아이들병원을 찾은 부모와 어린이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남궁 교수는 7일 오후 SNS를 통해 “독감이 대유행하고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독감에 걸린다. 보통 열이 나고 몸살이 심하며, 인후통이나 호흡기 증상은 덜 심한 편이다. 본디 독감은 실내 활동이 많고 환기가 안 되는 겨울마다 유행한다. 하지만 팬데믹의 영향으로 그동안 잠잠하던 바이러스들이 한 번에 유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평소 건강한 사람부터 노약자, 소아, 임산부, 암 환자 등 모두가 공평하게 독감에 걸린다. 2009년 유행한 인플루엔자 A(Influenza A·일명 신종플루)와 다른 아형의 Influenza A,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메타뉴모바이러스(Human metapneumovirus) 등이 거의 동등하게 발견된다. 가끔 코로나19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궁 교수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증상이 심하다. 응급실 환자나 전화 문의의 절반은 독감과 관련된 것”이라며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머니가 식사를 못하세요’, ‘아버지가 걸음을 못 걸으세요’, ‘할머니가 뇌졸중이 있었는데 좌측 상하지의 힘이 더 약해졌어요’ 등등이다. 모두 검사해보니 독감이었다. ‘친구가 기절했어요’, ‘요로 감염이 재발한 것 같아요’, ‘구토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등도 독감이었다”고 했다.

또 “심야에 발열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내원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전 코로나19에 비해 폐렴으로 진행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하지만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는 급성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평소 건강했던 30대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 물론 노약자 입원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남궁 교수는 “희망이 있다면 이번 독감은 이전에 유행하던 것들이다. 몇 주 정도는 더 유행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독감이 유행한다고 하던 일을 멈출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감은 인간이 일시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다시 건강해질 것”이라며 “그러니까 컨디션 관리를 잘할 것, 평소처럼 위생에 신경 쓸 것, 따뜻한 물을 마실 것, 예방 주사를 맞을 것,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방문할 것, 나아질 때까지 약을 챙겨 먹고 휴식을 취할 것, 그럼에도 주변 노약자가 위기에 처했다면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궁 교수는 한 누리꾼이 “이렇게 너도나도 다 걸릴 것이었는데 예방 접종은 왜 한 걸까? 어차피 피할 수 없었던 것을”이라는 댓글을 남기자 “예방 접종을 하면 감염 확률이 떨어지고 걸려도 증상이 덜하다. 맞는 편이 무조건 이득”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지난주 전국의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3.9명으로 한 주 전보다 136% 늘었다. 2016년 86.2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파 속도도 빨라 3주 전과 비교하면 10배나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청소년과 어린이가 가장 많다.

방역 당국은 “봄까지 독감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이라도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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