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소프트뱅크)이 2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스타트업 수백곳에 투자해 온 그룹 산하 비전펀드가 전 세계적인 기술주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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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9701억엔(약 9조 6000억원)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2021회계연도 1조 7080억엔(약 16조 9000억원) 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2년 연속 적자를 낸 건 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소프트뱅크의 발목을 잡은 건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비전펀드다. 비전펀드는 IT를 중심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440곳(2022년 말 기준)에 투자하고 있는데, 지난해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급락한 기술주 주가가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전펀드는 2022회계연도에 5조 2800억엔(약 52조 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비전펀드는 특히 중국 AI회사 센스타임과 미국 배달회사 도어대시 등에서 대규모 투자 손실을 입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투자를 거의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알리바바 지분을 처분해 5조엔(약 49조 4000억원)을 벌어들인 게 거의 유일한 수익이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의 재무상태는 (아직) 안정적이지만 사업 환경은 나쁘다. 성장도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소프트뱅크가 올해 기대하는 것은 2016년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의 상장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암을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암이 상장하면 소프트뱅크의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벤처캐피털 리브라이트파트너스의 에비하라 다케시 대표는 “아직까지 기술주가 부활하지 않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암의 상장만으로 소프트뱅크가 회생에 성공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