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밀양화재 사망자 37명 유독가스 질식사 추정"…80대 이상 26명 달해

사망 37명 등 180명 사상자 발생
2층과 3층 고령환자 대부분 차지
연면적 미달로 스프링클러설치 사각지대
경찰, 병원 관계자 등 대상으로 조사 중
정부 "사고수습 지원 최선 다하겠다"
  • 등록 2018-01-26 오후 10:16:11

    수정 2018-01-27 오전 1:14:07

26일 오전 7시30분쯤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밀양 세종병원에서 소방관과 경찰 등이 화재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경남 밀양=이데일리 신상건 노희준 기자] 제천화재가 발생한지 약 한 달 만에 또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총 180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69명의 사상자를 냈던 제천화재의 인명 피해 규모의 3배에 달했다. 이번 화재는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에 상대적으로 약한 고령자들이 많았다는 점과 요양이 아닌 일반병원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 사각지대였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재 3시간만에 진화…사망자 대부분 질식사로 추정

26일 오전 7시30분쯤 경남 밀양시 밀양 세종병원에 1층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병원에는 의료진을 제외한 177명의 환자가 입원해있었다. 소방당국은 간호사가 최초 신고하고 3분 후인 오전 7시35분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해 구조와 화재진압 작업을 동시에 시작했다. 화재 당시 소방차 40여대와 헬기 2대, 6대의 구급차가 출동했다.

불은 약 3시간 만인 오전 10시 30분쯤 진화됐지만 3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37명 중 환자는 34명, 병원 관계자는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으로 확인됐다. 신원 확인 결과 사망자 37명의 성별은 남자 3명, 여자 34명이었고 사망자 대다수가 연기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망자 37명 중 80대 이상이 26명으로 76%에 달했다. 1층과 2층에서 윗층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았는데도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병원 입원 환자 중 70~80대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실제 2층 35병상은 고령환자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3층 역시 중환자실에서 15명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상태로 입원해 있었다. 사망자 분포를 보면 2층(병실) 입원환자 18명, 3층(중환자실) 입원환자 8명, 5층(병실) 입원환자 8명과 병원 관계자 3명이다. 중환자와 고령자가 많은 2층과 3층에 집중돼 있다.

고령자들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중태에 빠진 상황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진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화재 발생 후인 오전 9시18분쯤 세종병원 안에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은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배연시설도 전혀 없어…밀양장례식장 등 9개 병원에 안치

이와 함께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도 화재 피해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와 안전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 이상일 때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세종병원은 건축법상 1종 근린생활시설이지만 연면적이 1489㎡로 이 기준에 미달됐다. 수용인원도 496명(연면적/3㎡)으로 기준에 못 미친다. 세종병원은 5층 건물인 만큼 업종과 상관없이 11층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를 의무설치해야 하는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 이후 요양과 정신병원에 대한 소방시설을 강화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새로 짓는 요양병원의 경우 바닥 면적이 6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세종병원은 바닥면적이 224㎡에 그쳤고 일반병원이어서 소급 적용대상이 되지 않았다. 또 건물 안 연기를 빼주는 재연시설도 없었다. 이것 역시 1000㎡ 이상 건물만 의무 설치 사항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병원 응급실 등 화재 당시 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또 최초 목격한 간호사와 병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경남지방경찰청 화재감식팀과 국립과학수사원 화재 지원팀 등을 주축으로 정밀 감식에 나선다. 현재 사망자 37명은 현재 밀양장례식장 등 도내 8개 병원을 비롯해 경북 청도 장례식장 등 총 9개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수습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제천시청에서 브리핑 열고 “제천화재에 이어 또다시 밀양에서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행정역량을 총동원해 부상자 치료 등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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