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니' 꿈꾸는 엔씨…독립 스튜디오로 '2막' 연다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글로벌 도약 노리는 엔씨
'TL·LLL·택탄·AI'별로 스튜디오 및 자회사 설립
자율성과 책임 보장해 창의성 극대화 노린다
  • 등록 2024-11-28 오후 3:46:25

    수정 2024-11-28 오후 6:48:00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 중인 엔씨소프트(036570)가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곳과 인공지능 연구개발(R&D) 자회사 1곳 설립을 확정했다. 본사에 집중돼 있던 인력과 기능을 분리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자회사들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 다양한 게임과 사업들이 싹트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가 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말하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 R&D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설 회사 설립(회사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박 대표는 “본사에서 많은 인력이 집중돼 좋지 않은 점들이 있었다”며 “절실함, 창의성, 도전정신을 높이기 위해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가는 편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유사하다. 현재 SIE는 자회사로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는 총 21개의 독립 개발 스튜디오를 감독하는 역할이다. 21개의 스튜디오들은 각자 대표 게임들을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인수된 ‘너티 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 개발자들이 선정한 전 세계 최고의 개발 스튜디오에 오르기도 했으며 글로벌 히트작인 ‘언차티드·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를 갖고 있다.

엔씨의 방향성도 마찬가지다. 엔씨의 색채가 옅어지더라도 각 스튜디오들이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을 빚어내겠다는 목표다. 게임 개발에 대한 의사결정은 각 스튜디오에서 한다. 본사에 있는 의사결정위원회는 단순히 게임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문영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대표, 배재현 빅파이어 게임즈 대표, 서민석 루디우스 게임즈 대표, 이연수 엔씨 에이아이 대표(사진=엔씨소프트)
이번에 새로 설립되는 비상장 게임 개발 법인은 △퍼스트스파크 게임즈(FirstSpark Games) △빅파이어 게임즈(BigFire Games) △루디우스 게임즈(Ludius Games)다. 이는 엔씨가 보유한 핵심 게임 지식재산권(IP)인 ‘쓰론앤리버티(TL)·LLL·택탄(TACTAN)’별로 조직을 나눈 결과다. 신설 회사의 분할 기일은 내년 2월1일이다.

엔씨의 위기는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리니지 IP’가 예전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하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벗어난 다양한 신작들을 내놨으나 ‘배틀크러쉬’와 ‘호연’ 모두 흥행하지 못했다. 그 결과 엔씨는 지난 3분기 12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엔씨는 매출액 4019억원,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또한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12월10일 75만3000원까지 치솟았던 엔씨 주가는 올해 8월 9일 15만69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엔씨는 분사와 희망퇴직 프로그램 등을 실행하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해 왔다. 지난 상반기 경영 효율화를 위해 품질 관리(QA)와 시스템 통합(SI) 부문을 1차적으로 분사했고, 권고 사직을 추진해 100여명을 줄였다.

또 주가 부양을 위해 엔씨는 지난 5월부터 7회에 걸쳐 100억원을 매입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자산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옛 사옥 매각을 추진해 내년 1분기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엔씨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 상태다.

이번 분사를 통해 본사 인력 1000여명을 4개 분사 조직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약 500여명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번 분사를 포함해 연말까지 본사 인원을 4000명대 중반으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가 대규모 희망 퇴직에 나선 것은 12년 만이다. 박 대표는 “경영 혁신 의지 발현, 개발 역량 강화, 조직 효율화 증진에 박차를 가해 엔씨를 내년에는 본격 성장궤도에 올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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