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1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하면서 최근 원유선물을 적극 사들이며 유가를 끌어올렸던 투기세력들의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이 미국 원유재고 증가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원유시장내 공포지수가 커진 만큼 헤지펀드 등 원유선물 투기세력의 향후 행보가 유가의 추가 하락여부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내 원유 변동성지수(VIX)는 최근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반등했다. 불과 이달 1일만 해도 2년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과 대조된다. 원유 선물시장내 투기세력은 석유·항공회사 같은 실수요자와 구분되는 투자자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손이다. 유가 상승기엔 매수폭을 확대하며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 하락기엔 대량 매도포지션으로 낙폭을 키우는 역할을 주로 한다. 따라서 가격 하락 조짐이 보이면 발빠르게 매도에 가담하는 경향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다수 애널리스트를 인용, “현 원유시장이 투기세력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안데를리 TAC에너지 디렉터는 “이번 EIA 보고서가 일부 참여자들의 출구전략을 촉발할 수 있다”며 “언제 스퀴즈(치고 빠지기)가 일어나도 놀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주간 원유 재고량은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빠른 유가 정보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유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최대 석유업체인 토탈을 이끄는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도 “원유 재고가 줄어들지 않는 한 원유가격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