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지분율을 희석해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과반 확보 시도를 저지하고, 더 나아가 우리사주조합에 신주를 우선 배정해 지분격차를 단숨에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한다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게 된다.
30일 고려아연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이번에 발행하는 총 신주는 373만2650주다.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려아연의 유증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108만1000원에 마감했다.
고려아연은 우선 이번 모집주식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키로 했다. 유증 후 지분율로 따지면 3.07%(기존 2807주 포함) 수준이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의결권을 갖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주총 표 대결에서 상당한 지원세력이 될 전망이다. MBK·영풍 연합이 유증에 참여한다고 가정한다 해도 최 회장 측이 0.02%포인트 앞서게 된다. 고려아연은 또 우리사주를 제외한 모든 청약자의 수량 한도를 총 공모주식수의 3%로 제한을 걸어 MBK·영풍 연합의 대량 유증 청약을 막아뒀다.
고려아연은 “주주기반을 확대해 국민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일환”이라며 “(유증 자금은)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채무상환에도 사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MBK·영풍 연합은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이번 고려아연의 유증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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