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농업개발기금 총재 "대북 제재 풀리면 언제든 사업재개"

IFAD 총재 “北 2~3년 전 투자금 반환 의지 내비쳐”
“대북 경제제재 풀리면 언제든 사업 재개할 수 있어”
  • 등록 2019-05-13 오후 4:51:15

    수정 2019-05-13 오후 4:51:15

길버트 호웅보 IFAD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포용적 성장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열린 ‘제3차 글로벌 국제농업협력(ODA) 포럼’에 참석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북한이 현재 표면적으론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 방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식량 증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타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구에서도 유엔의 경제제재만 풀리면 언제든 대북 지원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길버트 호응보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총재는 1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막한 제3회 국제농업협력(ODA)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대북 경제제재가 풀리면 대북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정부도 2~3년 전부터 2008년 사업 중단으로 회수하지 못한 지원금을 되돌려주겠다고 했지만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IFAD는 개발도상국의 농업·농촌개발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유엔 산하 농업 관련 국제금융기구다. 북한에서도 지난 1996년부터 2008년 6월까지 자금을 지원해 식량 증산을 도왔다.

IFAD는 약 12년 동안 북한 조선중앙은행을 통해 9810만달러(약 1165억원)를 투자해 양잠개발과 곡식·가축재건, 고산지역 식량 안전성 확보 등 3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저소득 농민과 여성 대상 소액대출을 통해 북한 농촌 빈곤퇴치를 꾀했다. 그러나 2008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작되면서 이들 사업도 무기한 중단됐다. IFAD는 이 과정에서 투자금 중 약 절반가량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응보 총재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국제 규칙에 따라 대북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며 “때가 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해소라는 선결 과제만 해결된다면 언제든 사업을 재개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시리아나 예멘에서도 현지 정치 상황에 IFAD의 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으나 최근 재개됐다”며 “IFAD는 개별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다시 사업 재개를 할 수 있도록 조정하거나 연기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대북 제재 해소가 최소한의 선결 조건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호응보 총재는 “IFAD는 유엔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유엔의 의사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게획(WFP)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곡물 총 생산량은 490만톤(t)으로 2009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올해 곡물 부족분이 136만t에 달해 1000만여명이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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