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105560)지주가 글로벌 금융회사인 SC와의 비교를 통해 지속 성장에 대한 고찰을 내놨다. 최근 금융권에 대해 고금리에 의존해 큰 이익을 거둔다며 비이자이익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과 비은행간 사업 균형, 해외 진출 다각화 등으로 성장성을 키워야 한다는 진단이다. 재임기간이 긴 SC를 예로 들며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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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산하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SC와 KB금융 성장 과정 비교 통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SC의 성공기, 위축·재정비기, 재도약 추진기와 KB의 정비기, 위축기, 성공기를 분석했다.
SC의 성공기는 지역 다각화를 통해 그룹 전체 고성장과 고수익이 지속됐던 2001~2012년이라고 정의했다. 2001년부터 영업이익이 가장 컸던 홍콩 비중을 줄이면서 아시아·태평양과 인도, 중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기반을 확대한 SC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총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갔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홀세일(법인영업) 비중이 확대된 상황에서 중국과 신흥시장 금융시장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총영업이익이 감소했던 2014~2016년은 위축기다. 이때를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며 재정비기간으로 삼기도 했다.
2017년부터는 자산관리(WM)가 총영업이익 증가를 이끌고 홀세일은 위험성이 낮은 수수료 기반 거래로 이익을 창출하며 사업 균형을 찾아가는 등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5년부터는 비은행 계열사와 글로벌사업 확충이 지속되며 성장성과 수익성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KB캐피탈, KB손해보험, KB증권, KB라이프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를 지속 확충했고 비이자이익도 꾸준히 확대했다.
“SC, 전문성 쌓은 의장·대표가 리더십 발휘”
연구소는 SC와 KB금융의 성장 과정을 보면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SC는 지역별·사업별 다각화를 추진했을 때,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가 성공기의 발단이 됐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면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이 필요한데 신속하게 통합을 완료해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인오가닉이란 M&A를 통해 신사업·역량을 키우는 전략이다.
KB금융도 2014년부터 LIG손해보험·우리파이낸셜·현대증권 인수·통합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함으로써 그룹 차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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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지배구조도 중요하다. SC는 민간에서 전문성을 쌓은 이사회 의장과 그룹 대표가 오랜 기간 역할을 수행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연구소는 “시장의 경쟁 원리를 따르는 최고경영자(CEO) 선출·연임 등 안정적 지배구조는 SC의 고성장·고수익 실현뿐 아니라 위축기에 사업 구조를 신속히 전환하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산업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경상수지 흑자에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한국의 금융서비스수지는 2017년 1억9000만달러로 흑자 전환한 후 2020년 14억40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작년 금융시장 불안에서도 3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금융회사의 해외 점포가 2010년 340개에서 지난해 488개로 증가하는 등 해외 진출이 확대된 영향이다.
한국의 경상수지 내 금융서비스 수입이 서비스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9%로 독일(8.1%)과 일본(8.4%)보다 낮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편이다.
연구소는 “금융업은 평상시에 한국 경제의 외환 건전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위기 때 외화 부문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한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사업을 지속 확대·다각화해 금융업을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시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