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송전’…격화하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영풍, 고려아연의 현대차그룹 유증 무효 소송
  • 등록 2024-03-20 오후 6:11:45

    수정 2024-03-20 오후 7:13:50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집안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집안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9일 사상 처음으로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인 양 가문이 소송전으로 갈등을 확대한 것이다.

20일 고려아연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지난 9월 13일 보통주 104만5430주의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신주 발행 건은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이 약 50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한 내용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 측은 이번 신주발행 무효 소송에 대해 “고려아연 측이 정관의 내용을 곡해해 신주발행을 결정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는 현행 정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정관은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HMG 글로벌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출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으로, 고려아연이 당사자로 참여한 합작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관에 규정된 ‘외국의 합작법인’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HMG글로벌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개의 기업이 공동 출자해 만든 회사로 정관상 ‘외국의 합작법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장형진 고문도 이사회에 참여해 현대차 유증 안건에 동의했다”며 “해당 건은 신사업을 위한 사업 제휴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정관 규정 위반도 아니다”고 말했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현대차그룹 상대 유상증자에 소송을 건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이 자리한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사업 동맹을 맺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을 우군으로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외에도 한화, LG 등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며 우호지분을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은 최씨 가문이 33%, 장씨 가문이 32%로 초접전을 벌이는 상태다.

이 때문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19일 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한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국내법인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안건은 찬성률이 53.02%에 그쳐 가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다.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단번에 가를 중요 요소로 평가받는다. 기존 고려아연 정관은 외국 합작법인을 대상으로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 법인도 유상증자 참여 대상으로 허용한다는 게 이번 정관 변경안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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