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살펴본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사건의 전말

2002년 검사사칭 사건…이재명 변호사 벌금형
16년후 토론회서 "PD가 사칭, 내겐 누명" 주장
李 "날 주범으로 몰았다" 증거 찾아 김씨에 연락
金 "기억 안난다"→"李 주범 몰자는 분위기" 증언
법원 "金 위증…李 통화는 통상적인 증언 요청"
  • 등록 2024-11-25 오후 8:59:35

    수정 2024-11-25 오후 9:00:02

지난 2017년 3월 31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발단은 2002년 성남시의 정치적 갈등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분당 백궁역 일대 부당용도변경 저지운동’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양측은 이미 서로를 고소·고발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KBS의 최모 PD가 한 프로그램 방송을 위해 성남시장과 건설회사 간 유착 의혹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2002년 5월, 최 PD는 이재명 대표의 당시 법률사무소에서 검찰청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시장과 통화했고, 이 대표는 옆에서 메모를 적어주거나 보충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이 통화에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최 PD와 이 대표가 기소됐다. 최 PD는 처음에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2002년 6월 3일 구속된 후 자백하면서 이 대표의 가담 사실도 진술했다. 결과적으로 최 PD는 벌금 3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이 대표는 벌금 15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8년, 성남시장을 지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이 대표는 그해 5월 29일 KBS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제가 한 게 아니고,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습니다”라는 발언이 문제가 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자신의 ‘누명’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요한 논리를 제시했다. 김병량 전 시장이 당선을 위해 자신을 강하게 처벌하려 했고, KBS 측과 자신을 주범으로 몰기로 협의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주장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2018년 12월, 당시 김병량 시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진성 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처음 연락을 받은 김씨는 “오래돼서 당시 사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12월 22일과 24일 두 차례 통화를 하고 변론요지서도 검토한 후, 진술서를 작성하게 됐다. 2019년 1월에는 이 대표 측 변호사와 통화하고 면담도 진행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김진성 씨의 태도 변화다. 그는 처음 예정된 2019년 1월 24일 증인신문에는 불출석했는데, 그 이유로 “사전정보가 유출되어 난리”라며 심적 부담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후 “지역 분위기를 잘 정리해서 준비한다”며 2월 증언을 하게 됐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지난 2019년 2월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2월 14일 법정에서 김씨가 한 6가지 주요 증언 중 4가지를 법원은 위증으로 판단했다. “김병량이 고소취하 관련 발언을 했다”, “김병량이 KBS와 협의 중이라 했다”, “협의 시점이 특정 시기였다”, “협의 내용이 고소취하 관련이었다”는 증언이 모두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이었다고 봤다.

반면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자는 분위기였다”는 증언과 “김병량이 고소를 취하했다”는 증언은 위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자는 당시 선거캠프의 실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고, 후자는 김씨가 실제로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내린 판결은 법조계의 대체적인 예상을 깬 주목할 만한 판단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김병량과 KBS 사이의 협의 존재 자체는 객관적 정황과 부합한다고 봤고, 16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이 대표가 변론요지서를 보내고 설명한 것은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정당한 조치로 판단했다. 또한 김씨가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증언한 것에 대해, 이재명의 압박이나 강요가 아닌 자발적 판단이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김씨에게는 위증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지만,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와 나눈 통화가 통상적인 증언 요청 수준을 넘지 않았고, 김씨가 모른다고 한 내용에 대해서는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또한 진술서 작성과 변호사 면담 과정에 이 대표가 개입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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