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간호법)과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본회의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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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한 임차인에게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고, 공공 주택사업자에게 매입을 요청하는 경우 이를 매입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를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만약 피해자가 해당 주택 매입을 원하지 않으면 우선매수권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인수해 공공임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다섯 차례 논의한 끝에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전세사기 특별법은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방안 대신 피해자에게 최우선 변제금에 대해 최장 10년 동안 무이자 대출해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최우선 변제금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최우선 변제금 범위를 넘는 금액에 대해선 2억4000만원까지 1.2~2.1%의 금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보증금 기준을 최대 5억원으로 높이고 주택 면적 기준을 없애는 등 특별법 적용 대상도 확대됐다. 전세 사기 피해자는 물론 ‘무자본 갭투기’에 따른 깡통 전세 피해자나 근린생활시설도 특별법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피해자에게 경·공매 서비스를 대행해주고 관련 비용도 70%를 지원한다.
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이 최고 6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보유했다는 의혹 속 여야 합의로 ‘국회법 개정안’ 및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 등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재석 268명 중 찬성 268명, 국회법 개정안은 재석 269명 중 찬성 269명으로 만장일치 통과됐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암호화폐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의원부터는 재산 사항에 암호화폐를 명시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재산등록 의무자의 등록대상 재산에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등록하한액 없이 단 1원을 보유하고 있어도 모든 가상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임기 개시일로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취득해 보유한 암호화폐 보유 현황 및 변동 내용을 오는 6월 말까지 등록해야 한다. 법안의 경우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 시행되기 때문에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는 오는 12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양당은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법안 시행 시점인 오는 12월보다 앞당길 입법적 방안 부칙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자치권을 명확하게 보장하는 내용의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도 통과됐다. 재석 238명 중 찬성 171명, 반대 25명, 기권 42명으로 가결됐다.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은 도지사의 산림이용진흥지구·농촌활력촉진지구 지정 권한을 명시하는 한편 환경영향평가·기후변화영향평가 등 환경부 장관 핵심 권한 일부를 이양하도록 했다.
또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지원하고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도 처리됐다.
아울러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의 역할을 확대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중개사무소 등록증 대여 알선행위 처벌과 자격 취소 요건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한편 ‘간호법’은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원안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를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 등에 대한 규정을 기존 의료법에서 분리하고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저희들은 계속 (간호법 관련)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표결로 종결하기보다는 여야가 의료 협업체계 내용에 대해 수정해서 가급적 국회가 합의를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은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협의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