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 정의선 취임 3주년..글로벌 톱3·영업익 6배·매출 260조

재계 “조용 ·우직한 리더쉽에 겸손” 평가
품질경영과 전동화로의 체질 전환 일궈
올해 연 매출 260조, 영업이익 26조 전망
"취임 이후 3년 새 영업이익 6배로 늘려"
로봇·AAM 등 미래 신사업도 적극 투자
SDV 고도화·中시장·기업문화개선은 과제
  • 등록 2023-10-11 오후 8:07:24

    수정 2023-10-11 오후 10:07:18

[이데일리 박민 기자] ‘글로벌 탑 3·영업이익 6배·매출 260조원·누적 판매량 548만대’

오는 14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일궈낸 성적표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14일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품질경영과 함께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체질 전환을 이끌면서 3년 만에 압도적 실적을 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으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한국 자동차 역사상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톱3 제조사’ 타이틀도 얻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도 9월 누적 기준 548만대를 판매하며 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중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양사 합산 연 매출이 사상 처음 260조원, 영업이익 2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상치대로 실현되면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 그해 매출보다 100조원 가까이 커지고 영업이익은 6배가 뛰어 오른게 된다. 조그만한 회사도 아닌 대기업을 단기간에 급성장시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정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방증한 셈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전기차 전환..퍼스트 무버 적중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데에는 정 회장의 ‘퍼스트 무버(선도자)’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 1967년 회사 설립 이후 56년간 내연기관차를 개발·생산했던 현대차는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 10월 이후 전동화 전환에 앞서 가는 자동차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당시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전기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생산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던 때다. 정 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보고 친환경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생산 체질을 개편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에 2020년 1∼9월 447만대를 판매했던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같은 기간 548만대를 팔면서 3년 새 22.6%나 판매량을 늘렸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출시한 아이오닉 5·6, EV6 등은 글로벌 어워즈에서 수상이 잇따르면서 현대차·기아의 위상도 완전히 바꿔놨다.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와 함께 글로벌 명차 반열에 오른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을 많이 판매하는 전략으로 질적 성장도 꾀했다. 이에 2020년에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 4조4612억 원에서 올해는 이보다 6배가 넘는 26조738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020년 기준으로는 2.8%였던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이 올해는 10%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제값을 주고 잘 팔았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에 참석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완성차뿐 아니라 자율주행,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사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해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미국 AAM(Advanced Air Mobility·미래 항공 모빌리티) 개발 독립법인 슈퍼널을 통해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항공, KT, 현대건설 등과 함께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SDV 고도화·中시장·기업문화 개선 과제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지난 3년간 괄목한 성장을 이끌었지만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에서 주어진 과제 또한 만만치 않게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톱3’ 그 이상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고도화, 중국시장 재도약, 기업문화 혁신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시대를 맞아 스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아직 이 부분에서는 미국의 테슬라에 뒤쳐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SDV 고도화에 매진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또한 판매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 회복도 현대차그룹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확보했었지만 2017년 사드 보복에 따른 ‘한한령’ 이후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급감한 상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차량 생산을 늘리고 차별화된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이 18만1627대로 5년 만에 전년 동기(15만4826만대) 대비 17.3% 늘어나는 소기의 성과를 낸 바 있다.

기업문화 혁신도 필요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는 극적으로 변화해 왔지만 성과를 내는 기업문화로의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 변화하는 능동적 기업문화’를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과제들을 정의선 회장과 경영진도 충분히 파악하고 공감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노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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